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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 정지인 옮김 - 곰출판 삶의 이유를 찾는 여정 P.58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저자의 아버지는 인생이 무엇이냐는 어린 저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우주 안에서 점 위에 점 위에 점에 불과한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를 찾기 위한 저자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사자, 호랑이, 토끼, 나무, 산, 들, 바다, 행복, 기쁨, 슬픔,.. 2022. 3. 16.
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처방 - 존 셀라스 - 신소희 옮김 - 복복서가 쾌락주의로 알려진 에피쿠로스 철학에 대한 입문서이다. 복복서가의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가해 우수 리뷰어로 선정되어 받게 되었다. 책은 얇지만 에피쿠로스 철학에 대한 입문서로는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하다. 얇은 두께는 철학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고, 책 디자인도 예쁘기 때문에 철학 책이라기보다는 에세이로 보일 정도다. P.77 신을 두려워 마라. 죽음을 염려하지 마라. 좋은 것은 구하기 어렵지 않으며, 끔찍한 일은 견디기 어렵지 않다. 아마도 이 문구로부터 책의 제목이 정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에피쿠로스 철학은 쾌락주의로 오해되기도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그 오해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비록 그의 테스트는 많은 부분이 소실되었지만, 현대인에게 그의 철학은 많은 위로를 준다고 생각한다. 에.. 2022. 3. 12.
우리 문화 박물지 - 이어령 - 디자인하우스 작고하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책은 얼마 전에 작고하신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저작이다. 우리나라의 53가지 옛 문화에 대한 선생의 통찰과 생각이 풀어져있다. 사물, 글자, 풍습, 음악, 미술 등 문화 전반에 걸친 선생의 지식을 엿볼 수 있다. P.26 피라미드처럼 정상을 향해 솟아 있는 원추형의 고봉, 그 시각적 형태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대칭적인 외형적 균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형태는 여분의 것, 더 이상 쌓아 올릴 수 없는 양의 한계를 나타낸다. 말하자면 무한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고봉의 형태인 것이다. P.39 낫이나 호미의 아름다움은 밖으로 내밀어도 그 경고의 칼날이 언제나 자기를 향해 있다는 점일 것이다. P.143 정해진 코스가 없이 각자가 자기 뜻대로 음식을 골라 .. 2022. 3. 12.
프랑켄슈타인 - 메리 셀리 -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SF의 시작 그것은 한 여성 작가로부터 시작되었다. 프랑켄슈타인은 SF의 최초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메리 셀리는 이 걸출한 작품에 자신의 다양한 시각과 시대적 배경을 녹여내었다.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고전으로 읽히기에 충분하겠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담론은 현대 사회에서도 의미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누구나 부러워할 것 같은 완벽한 환경을 가진 인물이다. 뛰어난 지적인 능력을 가졌고 자애로운 부모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미래를 약속한 연인을 가진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인물이다. 사건의 시발은 그가 지닌 탐구심에서 비롯한다. 그는 지식에 대한 끝없는 갈망을 가지고 있었고, 생명의 비밀에 대해 알기 원했다. 그의 열정은 결국 그를 .. 2022. 3. 9.
조선을 지켜낸 어머니 - 윤동한 - 가디언 무엇보다 한국 콜마의 회장이라는 저자의 약력을 보고 놀랐다. 기업 회장의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고증과 답사를 통해 이런 책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웬만한 열정을 가지고는 힘든 일일 테니 말이다. 우리는 충무공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왔지만, 그의 모친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많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아마도 충무공께서 의금부에 갇혔을 때 아들을 찾아가다 해상에서 운명하셨다는 것 정도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충무공의 모친과 외가 쪽 지지세력에 대해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얘기들을 다루고 있다. 충무공에게 모친은 하늘이었고, 모친에게 충무공은 먼저 앞세운 아들 둘을 대신한 기둥이었다. P.120 아침을 먹은 후 어머니께 하직을 고하니 "가서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으라"라고 두세 번 타이르시며 조금도 이별.. 2022. 3. 8.
모든 순간의 물리학 - 카를로 로벨리 -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이 책의 저자인 카를로 로벨리는 물리학의 대가이자 제2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그가 쓴 이 책은 부제와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일반인이 물리학을 입문하기에 아주 좋다고 생각된다. 최신 물리학 이론인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이론을 정말 쉽게 설명해놓았기 때문이다. 총 7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나하나 쉬운 교양강의를 듣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특히 물리학 이론을 설명하는 행간 사이사이에 자신의 철학적인 사유를 양념처럼 뿌려놓아 지식 이상의 사고를 유도하고 있는 것은 그가 가진 탁월한 어법이라고 생각된다. 책에서 다루는 물리학 이론은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천제물리학, 입자물리학 열역학, 루프양자중력이론 등 현대 물리학에서 다루는 최신 이론들로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148페이지라.. 2022. 3. 5.
혼자 책 만드는 기분 - 최수용 - 레코드북스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4명의 인터뷰로 이루어진 이 책은 역시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레코드북스 대표님의 기획으로 출간되었다. 본인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이런 기획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출판사 숲풀 / 김가희 도서출판 혜윰터 / 이세연 출판사 솔밤 / 송다혜 출판사 책나물 / 김화영 이렇게 4명의 1인 출판사 대표님들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으며, 그들이 출판사를 하게 된 계기나 운영에 대한 생각, 어려움 등이 담겨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에 속하는 책이 새로운 미디어들에게 밀린지는 오래되었고, 10만 권이 넘게 팔리는 책이 드물어진 시대에 출판사를 운영한다는 것 특히 1인 출판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꽤 힘든 선택이었을 것이다. 인터뷰집 안에도 그런 어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다. 하지.. 2022. 3. 4.
파수꾼 - 하퍼 리 - 열린책들 껍질을 깨기 위해서 나를 죽여야 한다. 파수꾼은 하퍼 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소설이다. 하퍼 리는 처음 파수꾼을 출판하려고 찾아 간 출판사에서 앵무새 죽이기를 집필하기를 권고받고 파수꾼 대신에 앵무새 죽이기를 집필한다. 파수꾼은 그의 나이 90세에 안전금고에 보관된 것이 발견되어 출간되었다. 그래서 특이하게도 파수꾼은 처음이자 마지막 소설이 되었다. 앵무새 죽이기에서는 화자이자 어린아이였던 진 루이즈 핀치가 파수꾼에서는 성인이 되어 등장한다. 인종차별이 자연스럽던 자신의 고향 남부를 떠나 뉴욕에서 생활하던 진은 휴가를 맞아 고향으로 돌아간다. 오랜만에 돌아간 고향은 자신을 반겨주지만, 진은 자신의 삶에 기준이 되었던 아버지 애티커스와 친구이자 연인인 헹크가 보수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주민 협의회에 출석한 것을.. 2022. 3. 4.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 열린책들 한 권의 책으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작가 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는 미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소설이라고 한다. 소설은 미국 남부 메이콤 읍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진 루이즈 핀치(어릴 때 별명은 스카웃이었다.)가 회상하는 형식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진과 오빠인 젬 그리고 여름마다 메이콤으로 오는 친구 딜은 그 나이 때의 아이들이 그렇듯 동네를 누비며 사고 치는 장난꾸러기들이었다. 진과 젬의 아빠인 애티커스 핀치는 변호사이자 지역 의원이고 주민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그들에게 중요한 변곡점이 생긴 것은 애티커스 핀치가 톰 로빈슨이라는 흑인의 강간 사건 변호를 맡게 되면서부터였다. 백인과 흑인이 같은 사람으로 생각되지 않던 시대, 흑인의 변호를 맡는다는 것은 백.. 2022. 2. 28.
자유 - 조너선 프랜즌 - 은행나무 자유는 무엇인가? 조너선 프랜즌의 자유는 한 가족과 그 가족에 관련된 인물들에게 자유가 어떤 의미이고, 자유가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얘기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월터와 패티 부부 그리고 그들의 딸인 제시카와 아들 조이 4명의 가족은 자신들의 선택을 통해 서로 간에 그리고 그들과 관련된 인물들과 다양한 갈등을 일으키며 인생을 나아간다. 아내 패티가 쓴 자서전의 형식을 빌어 소설의 스토리가 전개되며 패티가 갈등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 자유는 꿀인가? 독인가? 왜 자유롭게 행동하는 게 항상 이롭지 않은 것일까? P.315 어느 모로 보나 패티는 화려한 삶을 누렸다. 하루 종일 어떻게 하면 보람 있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지 생각할 여유가 있었지만, 그녀의 선택과 자유가 가져다주는 것은 비참함.. 2022. 2. 26.
21세기 자본 - 토마 피케티 - 글항아리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경제학 명저로 꼽히는 책 중 하나이다. 경제학 책이 비교적 어려움 편에 속하고 이 책도 읽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잘 쓰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700페이지의 분량도 부담이겠지만....)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논점은 불의 불평등을 논하는 데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부의 불평등의 원인부터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까지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논증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논거는 r(자본수익률) > g(성장률) 이라는 부등식이다.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있어 위의 간단한 공식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인류 역사의 전반에 걸쳐 자본 이익률이 성장률보다 항상 높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부는 분배는 위로 이동하고 양.. 2022. 2. 20.
고리오 영감 - 오노레 드 발자크 - 을유문화사 오노레 드 발자크의 이 소설은 그의 작품집인 '인간극' 중 '사생활 정경'에 속한 작품이라 한다. 인간극은 총 90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래는 120여 편으로 구성될 예정이었으나 발자크의 죽음으로 완성되지 못했다고 한다. 비록 120편을 채우지 못했다하나 정말 대단한 작가이며 천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고리오 영감의 시작은 엄청난 묘사로 시작한다. 뇌브생트주느비에브 거리부터 그곳에 위치한 보케르 부인이 운영하는 하숙집 건물의 내부까지 상당한 페이지에 걸쳐 공들여 묘사하고 있다. 후미의 작품해설에 따르면 발자크는 인간의 성격은 살고 있는 환경에 매우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의 소설에는 이런 치밀하고 세밀한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소설의 내용은 현대의 문.. 2022.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