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한국사

우리 문화 박물지 - 이어령 - 디자인하우스

by soulsight 2022. 3. 12.

 

작고하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책은 얼마 전에 작고하신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저작이다.

우리나라의 53가지 옛 문화에 대한 선생의 통찰과 생각이 풀어져있다.

사물, 글자, 풍습, 음악, 미술 등 문화 전반에 걸친 선생의 지식을 엿볼 수 있다.

 

P.26

피라미드처럼 정상을 향해 솟아 있는 원추형의 고봉, 그 시각적 형태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대칭적인 외형적 균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형태는 여분의 것, 더 이상 쌓아 올릴 수 없는 양의 한계를 나타낸다.

말하자면 무한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고봉의 형태인 것이다.

 

P.39

낫이나 호미의 아름다움은 밖으로 내밀어도 그 경고의 칼날이 언제나 자기를 향해 있다는 점일 것이다.

 

P.143

정해진 코스가 없이 각자가 자기 뜻대로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는 것이 한국 상의 특성이므로 음식을 많이 차려 그 선택의 폭을 최대한으로 늘려주어야만 한다.

자기 식성껏 골라 먹도록 하는 것, 이것이 개인의 자유를 살린 한국 밥상의 다양성이기도 하다.

 

고봉을 통해서 우리 조상들이 가진 넉넉한 인심을, 낫과 호미를 통해서 겸손함을, 밥상문화를 통해서는 개인에 대한 존중을,

우리는 쉽게 놓치고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문화에서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선생이 이끌어낸 지혜가 이 책 속에는 가득 담겨있다.

 

하지만, 책 속에 나오는 우리의 문화 중 대부분을 이제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없기도 하다.

한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우리 문화에 대한 궁금중을 가진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자신은 오히려 우리 문화를 멀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문화의 원형에 대한 연구에 평생 힘써오신 선생의 노력은 지금 우리는 어떻게 배우고 받아들여야 할까?

 

P.264

나는 한국인을 알기 위해서 도서관은 물론이고 굳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지 않는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 놓은 생활용품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그 시선의 멈춤을 통해서 나는 언제나 한국의 참모습들을 만나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친숙한 도구들을 낯설게 하는 방식을 통해서 때로는 한국인의 혼과 마음을 꺼내 보기도 하고 때로는 우주적인 질서나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한다.

나의 이 같은 놀이에는 양피지의 비밀지도를 들고 보물섬을 찾아가는 모험과 같은 은밀하고도 즐거운 긴장이 있다.

 

책 말미에 남긴 선생은 이 말씀에는 우리가 주변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이 담겨있다.

세상을 이해하고 삶을 이해하고 우리를 아는 것은 먼 곳에 있지 않음을,

우리가 가진 것에 이미 모든 것이 담겨 있음을 말씀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책 속의 담긴 우리 문화들은 점점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지금 한류가 인정받고 있고 우리 문화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외국인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뿌리가 깊지 않은 문화는 바람에 흩날리는 잎사귀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선생이 평생 힘쓰신 노력을 이어받는 것

그리고 보존해나가는 것

 

그 어느 때보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다.

 

 

※ 디자인하우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정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