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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세기 자본 - 토마 피케티 - 글항아리

by soulsight 2022. 2. 20.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경제학 명저로 꼽히는 책 중 하나이다.

경제학 책이 비교적 어려움 편에 속하고 이 책도 읽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잘 쓰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700페이지의 분량도 부담이겠지만....)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논점은 불의 불평등을 논하는 데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부의 불평등의 원인부터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까지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논증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논거는 r(자본수익률) > g(성장률) 이라는 부등식이다.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있어 위의 간단한 공식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인류 역사의 전반에 걸쳐 자본 이익률이 성장률보다 항상 높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부는 분배는 위로 이동하고 양극화는 심화된다.

 

우리가 이런 불평등을 덜 체감하는 이유는 국민소득에서 자본과 노동이 차지하는 비율에 있다.

피케티에 의하면 국민소득에서 60~70퍼센트는 노동소득이 나머지는 자본소득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노동소득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불평등의 정도가 유지되었다.

즉 시대별로 언제나 같은 정도의 불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덜 민감한 자본소득은 다르다.

그가 제시하는 데이터에 따르면 1차세계대전의 직전이 벨 에포크 시대의 프랑스는 상위 10%가 국부의 90%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그중 1%가 70%의 국부를 차지한 지극히 불평등한 시대였다.

이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자본소득이었다.

1차와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10년~1950년 사이에 불평등은 완화되었지만, 지금 다시 그 정도가 심화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사실과는 다르게 마르크스가 예언한 프로레타리아트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를 능가해서가 아니라 전쟁으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쟁은 자본을 감소시키고 이는 불평등을 감소시켰으며 이로 인해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극복한 것 같은 착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주의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닌 다양한 제도로 인해 (특히 조세제도) 자본주의는 무너지지 않고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부의 불평등은 다시금 증가하고 있으며 피케티는 이 불평등의 정도가 벨 에포크 시대에 거의 근접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양 세계대전 이전으로 똑같이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자본의 구조가 토지 중심에서 금융자산 중심으로 변화되었으며, 그때는 존재하지 않았던 다양한 조세제도가 생겼다.

무엇보다 큰 이유는 바로 인구의 40%정도를 차지하는 중산층의 출현이다.

 

P.416

가장 구조적인 변화는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간 집단의 등장이다.

이 집단은 자기 소유의 자산을 약간 획득한 개인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적으로 국부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을 소유하게 되었다.

 

중산층의 존재는 부의 양극화를 완화시킬 수 있는 중간자이기도 하지만, 해결책을 가로막는 존재이기도 하다.

 

P.139

자본을 가지고 있으면서 거기서 믿을 만하고 지속적인 소득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이는 경제학자들이 정의하는 '완벽한' 자본시장의 목표다.

 

불평등이야 말로 자본시장이 존재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피케티의 분석에 의하면 현대의 자본/소득 비율은 극도로 불평등한 시대였던 벨 에포크 시대에 점점 근접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그가 제시하는 궁극의 해결책은 바로 누진세이다.

 

소득의 80~90퍼센트에 이르는 최고 세율을 우리는 쉽게 생각할 수 없지만, 양차 세계대전중에는 이런 세율이 존재하였고 바로 이것이 불평등 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피케티의 주장이다.

이 세율은 이후 점점 낮아졌으며 그로 인해 불평등은 다시금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누진세에 동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피케티의 논증은 설득력이 매우 강하다.

 

P.690

자본은 한번 형성되면 생산 증가보다 더 빠르게 스스로를 재생산한다.

과거가 미래를 먹어치우는 것이다.

 

자본의 이런 특성은 부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종잣돈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런 자본의 특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증식하는 자본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시장논리에 그냥 놔두면 해결이 가능한 것일까?

피케티가 분석한 역사적인 데이터는 시장논리가 아닌 전쟁과 제도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자본은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닌 것이다.

 

부의 양극화는 우리나라도 심각한 사회문제 중에 하나이다.

r > g라는 공식에서 성장률 g는 인구증가율까지 포함된 부등식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저성장 국가로 진입했으며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 진행 중인 나라이다.

피케티의 경고에 따르면 이런 진행이 지속된다면 자본소득은 극도의 불평등을 향해 가며, 상속재산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주변을 돌아보거나 미디어로부터 들리는 소식은 피케티의 경고가 사실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금수저/은수저/흙수저는 일상용어가 된 지 오래이다.

 

P.32

불평등의 역사는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행위자들이 무엇이 정당하고 무엇이 부당한지에 대해 형성한 표상들, 이 행위자들 사이의 역학관계, 그리고 이로부터 도출되는 집합적 선택들에 의존한다.

불평등의 역사는 관련되는 모든 행위자가 함께 만든 합작품이다.

 

불평등은 다른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선택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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