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인 저자가 9년에 걸쳐 집필한 이 책은 기존의 시각과는 좀 다른 문명의 발전사를 다루고 있다.
제목에서 보듯 전쟁이 인류 문명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고 어떤 과정으로 발전하여 왔는지에 대한 그의 연구 결과가 이 책 속에 담겨있다.
챕터는 크게 3개로 구성되며
1. 농업 혁명 이전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렵·채집 시절 인류의 폭력성
2. 농업 혁명 이후부터 근대 이전까지
3. 근대 산업혁명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3가지의 시기로 나눠서 문명과 전쟁사의 관계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첫 번째 챕터에서는 인간이 가진 본능으로서의 폭력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인간이 가진 폭력성을 진화론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진화론이 책 전반에 걸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친족 집단이 탄생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하고 있으며,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주려는 경쟁 속에 전쟁은 본능적으로 혹은 선택적으로 사용되는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선사 시대나 원사 시대 인류에게 전쟁은 흔한 사건이었고 기존의 인식과 다르게 인간 종 내부에서 서로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자행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두 번째 챕터에는 인간의 문명이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농업혁명 이후의 시대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개념은 농업혁명은 순식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농업을 통해 정착생활을 하는 무리와 수렵채집인은 일정 기간 동안 같은 시기를 공유했으며 서로 다투거나 교류하였다.
긴 시간의 경쟁에서 정착생활을 하는 무리에서는 국가와 문명이 자라나기 시작했고, 인류는 권력의 테두리 안에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하였다.
홉스가 말하는 리바이어던의 존재가 필요악이 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저자는 기병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봉건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한다.
중세 유럽의 봉건제는 전제왕권을 지탱하기 위한 하부구조가 발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병을 키우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것이다.
보통 기병이 보병보다 강하다는 생각은 선입견일 뿐이며, 왕권을 위한 하부구조가 단단해지고 왕의 주도로 보병대가 육성되면서 기사들의 권력은 자연스럽게 쇠퇴되었다고 말한다.
마지막 챕터는 근대 이후 무력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양차 세계대전 이전의 긴 평화기와 이후의 긴 평화기를 우리는 누리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저자가 가장 강조한 것은 폭력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평화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능가했기에 이런 긴 평화기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나 무력분쟁의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핵무기는 인류를 언제든지 절멸시킬 수 있지만, 시작이 곧 끝임을 알기에 핵은 그 자체로 핵에 대한 억제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선사시대의 전쟁이나 무력분쟁이 상호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주로 발생했듯이 근대 이후의 전쟁의 빈도에도 그와 마찬가지로 전쟁은 주로 강대국끼리가 아니라 강자와 약자 사이에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기술의 발달은 거대한 폭력의 수단은 소규모 개인에게 가능하도록 허용하므로 인해 언제든 테러리즘으로 통한 무력시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9년간의 집필기간을 통해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가 전쟁이나 폭력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는 길은 그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인간의 시대 중 폭발적으로 문명이 성장한 시기는 농업혁명이 시작된 대략 10000년 정도 전부터이다.
이 기간은 인간이 나타나고 살아온 시간에 비하면 찰나에 지나지 않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인간은 개체수를 수천 배 늘렸고, 단일 종으로서 유일하게 지구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생물학적인 진화의 시간 동안 서서히 변해가던 인간을 어느 순간 폭발적인 문화적 진화의 시간을 살게 되었다는 것이 인간을 이 길로 이끌어왔다고 생각한다.
문명과 전쟁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해왔다.
이것은 인간이 이성과 본능 사이를 갈팡질팡하면서 살아가는 것과 같은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이미 우리는 경쟁보다는 협력이 서로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갖게 해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자원의 한계가 극명해질수록 분쟁의 위험은 높아지겠지만, 협력이 소중하다는 깨달음이 우리를 올바른 미래로 이끌어 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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