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안에서 움직이는 역사이야기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인류의 역사에 지리가 미친 영향에 대한 이야기이다.
P.12
신이시여, 어찌하여 우크라이나에 산맥을 펼쳐두지 않으셨나이까?
도입부에 등장하는 이 문장은 현시점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침공한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하다.
물론 예견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겪은 우여곡절을 설명하기 위한 말이었지만, 러시아의 욕망과 우크라이나의 취약점이 지리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는 증거가 아닐까?
총 10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중국으로 시작하여 미국, 유럽, 러시아 등의 강대국들과 한국, 일본, 남미, 아프리카, 중동, 인도를 거쳐 영토분쟁이 가장 치열한 북극으로 끝이 난다.
각 챕터마다 해당 국가나 지역이 가진 지리적 특성이 현시점에서 얼마나 큰 이익을 주고 분쟁을 발생시키는지 쉽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굳이 지리에 의식하지 않더라도 저자의 탁월한 분석력이 가진 설명을 통해 쉽게 현대 세계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고 통제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 동안 노력해왔지만, 현재까지도 지배자는 자연이었고 인간은 그에 예속된 상태이다.
아마도, 우리는 지리의 속박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한니발이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침공하는 것은 목숨을 건 모험이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알프스를 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도 알프스를 넘는 것은 큰 비용을 수반한다는 부담감이 변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부동산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것만큼 지리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증거가 있을까?
책 속에서 가장 가슴 아픈 사실은 한국의 지리적 특성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강대국의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그어진 38선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허리가 잘린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그리고, 3년 동안 전 국토가 황폐화되는 전쟁을 겪었고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전쟁의 위험이 부각되는 휴전 지역이기도 하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강국과 호시탐탐 대륙 진출을 노리는 일본을 사이에 두고서도 경각심을 갖지 못하고 주변을 못 본 잘못이랄까?
대륙으로 가는 교두보라는 지리적 위치와 강한 주변국으로 둘러싸인 분단국가라는 현실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구한말 친러파, 친청파, 친일파 등 외세에 의지하는 사람으로 넘쳤을 때 우리는 스스로 자멸했고 소멸되기 직전까지 몰렸다.
어느 나라고 역사는 외세에 의지한 국가에게 소멸이라는 답을 정해주었다.
한국 전쟁 후 70년
삶은 나아졌고 나아진 삶의 질만큼 위기의식은 옅어져 있다.
지리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가 가진 위기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점점 더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과연 진짜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잘못된 선택을 한 조상들의 선례를 따르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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