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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악을 기념하라 - 김성환 - 보리

by soulsight 2022. 3. 20.

 

우리는 우리 자신의 아픔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책의 저자는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세대이자 그 운동에 참여한 주역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념에 갇혀 닫힌 시각으로 이 책을 본다면 아마도 여러 가지 반응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의도는 한 가지로 축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우리가 지나온 역사의 길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특히 독제 세력의 압제를 대표하는 많은 역사적인 흔적이 사라진 우리의 현재 상태에서 남영동 기념관을 제대로 남기는 것이 자신의 삶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P.60

독립인들은 히틀러 제3제국이 그들 스스로 선출한 권력이었다는 사실에, 그리고 히틀러가 자행한 독재와 탄압과 학살에 보냈던 지지와 묵인에 대해 반성하고자 한다.

우리 역시 우리 스스로 박정희와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선출했고, 유신 체제와 제5공화국 아래서 자행된 독재와 폭력과 학살에 눈을 감았다.

바로 이 점에서 서로 비교되는 것이고, 우리가 독일로부터 배울 점이 있는 것이다.

 

책은 어렵거나 부담스럽지 않으며 2차 세계대전과 독일 분단의 역사를 쉽게 서술하고 있고 우리나라와 대비하면서 독일과 우리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배우거나 개선해야 할 점을 설명하고 있다.

분단의 역사, 독재자가 통치한 기간을 공통으로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독일은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저자는 수차례 직접 독일을 방문하여 그들이 자신들의 아픈 역사를 어떻게 보존하고 후대에 남기고 있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독일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P.144

그럼에도 나는 아픔은 아픔 그대로 드러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공감할 때 비로소 사회적 치유가 시작된다고 믿는다.

아픔을 감추고 아름답게 치장한다면 그 아픔은 속으로 곪아 들어가게 되고 결국 더 큰 아픔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국가폭력이라는 상처를 감추고 치장함으로써 도 다시 국가 폭력의 반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다.

 

책에서 일관적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점은 우리가 우리의 아픔을 직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든 것이 바로 조선총독부 건물이다.

 

지금은 이미 허물어졌지만,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는 것은 과연 옳은 결정이었을까?

그때 당시 진보인사들은 철거를 보수인사들은 유지를 주장하였다고 한다.

심정적으로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지만 운동권과 진보세력에 속하는 저자가 왜 조선 총독부 건물의 보존을 얘기하는 것일까?

 

이미 일제 강점기는 80년 전의 과거가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세대는 일제 강점기를 오직 글이나 말로만 접할 수 있고 그들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아픈 과거는 이미 희미해져 버렸다.

지금 경복궁을 가보면 그곳에 일제 강점기의 아픔은 눈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이 가진 생각에 따라 입장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치료되지 않은 봉합이라는 문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가 얼마나 우리의 기억에 남게 될까?

어린 세대들에게는 통일 조차도 필수적인 것이 아닌 상황이 의미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10년도 지나지 않은 꽃 같은 청춘 300여 명을 앗아간 세월호 사건을 우리는 벌써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P.167

1980년대까지 이어진 이곳의 역사를 1945년 이전 시간에서 끊어 내 버린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또 하나는 과거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또한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시기만을 바라보면 편견과 오해가 생기기 쉽다.

우리는 역사를 이해할 때 전후 과정을 살펴야 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P.228

독일에서는 파시즘 예술의 증거로 나치 기록관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과 비슷한 작품을, 우리는 4월 혁명을 기념하는 장소에서 실물로 접하고 있다.

나는 수호자상을 철거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절대 철거하지 말고 그 작품에 진실된 설명을 붙여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4·19 기념탑 앞에서 우리가 새겨야 할 것은 4·19 당시만이 아니어야 하며 4월 혁명 이후 우리가 4월 혁명을 다루어 온 과정 또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라고 보기 때문이다.

 

박정희의 지시로 4·19 묘역은 수유리에 있다.

의미와는 관계없이 뜬금없는 곳으로 가버린 것이다.

또한 그곳에 있는 수호자상은 독재정치와 깊은 관련이 있던 김수근 씨의 작품이라고 한다.

위풍당당한 수호자상은 해석하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그 형식에 있어 꽤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한다.

 

묘역을 다시 옮겨야 한다거나 수호자상을 철거해야 한다거나 저자는 그런 주장을 하지 않는다.

그것조차 우리가 과거를 대해 온 과정이고 우리는 그 과정조차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까지도 기록으로 보존해야 한다.

4월 혁명이 왜 일어났고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그것을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기억해왔는가를 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독일의 "기념관 교육"이다.

후세들이 기념관에서 직접 보고 스스로 의문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으며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저자가 예시로 든 이 독일의 기념관 교육은 아이들이 스스로 돌아다니면서 의문점을 찾아내고 그것에 대한 답을 듣고 스스로 판단한다는 데 중요성이 있다.

 

P.475

가해자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그 위에서 논쟁 재현의 원칙에 따라 자료가 제공되고, 피교육자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시대가 오기까지 도대체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일까.

 

저자가 탐방하고 수집한 독일의 역사보존 사례는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능동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도 그들의 치부를 드러내기를 꺼려했고 1968년에 일어난 68 운동 이전에는 잊혀 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68 운동으로 기성세대의 외면을 극복해내면서 독일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치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중심에 있던 것은 정치인도 지배자도 아닌 시민사회였다.

 

자신의 바로 주변에서 일어난 참상을 외면했던 기성세대와 다르게 68 운동의 주력 세대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치유하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들의 치유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말대로 그 치유는 끝없이 이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치유는 끝없이 이어져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치유가 끝난다면 우리는 역사를 망각하고 말지도 모르니 말이다.

 

저자는 우리의 치유가 남영동 기념관에서 시작되길 바란다고 한다.

우리가 아니 우리 자손들이 같은 길을 선택하지 않도록 알려주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저자가 말하는 가감 없는 보존의 노력, 그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P.476

우리가 최선을 다해 준비하여 물려준다면 반드시 미래 세대가 소중하게 받아 줄 것이라고 믿는다.

 

 

 

※ 보리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정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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