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르크스로!
해마다 심해지고 있는 이상 기후에 대항하기 위해 인간은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해야 할까?
저자인 사이토 고헤이는 그 답을 마르크스에 대한 재해석에서 찾고 있다.
마르크스라는 이름은 경제학사에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지만, 지금은 한물 간 경제사상으로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의 사상과 연구를 재해석, 재발견하는데 가장 앞선 인물 중 하나로 마르크스가 자본 I 권을 쓴 이후 만년에 이르러 다다른 그의 사상적인 변화와 통찰을 이용해 우리가 어떤 패러다임으로 미래를 맞이해야 하는가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그가 제시한 해답은 무엇일까?
그는 '탈성장 코뮤니즘'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으며, 더불어 우리가 가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코뮤니즘의 정의는
"사유(私有) 재산 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생산 수단을 사회 전체의 공유로 하여, 모든 사람이 계급으로부터 해방되고 누구나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 받는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이론 및 사상."
네이버 국어사전에 이렇게 검색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게 공산주의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다 읽게 되면 코뮤니즘이 이미 실패한 체제인 공산주의와 무엇이 다른지 알게 될 것이다.
사실 코뮤니즘보다 더 중요한 키워드는 탈성장에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자본주의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되어 왔으며, 거기에서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가 나왔고,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과 소비 중심주의는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자연을 착취하도록 유도하여 기후변화라는 질병에 이르게 하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자세는 다양하다.
어떤 부류는 더욱 발전된 기술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불확실한 운명에 미래를 맡기고, 다른 부류는 닥친 상황에 적응하는 것을 해답으로 믿고 있다.
저자는 이런 자세를 부정하며 탈성장을 통해 탄소제로 시대로 가는 것을 해답이라고 주장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에게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이미 지나치게 진행되었으며, 지금 각국의 정부가 발표하는 녹색성장이나 지속성장 정책 그린 뉴딜 등으로는 그 진행을 막기가 역부족이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현재 상태라면 2050년쯤 우리는 파국적인 기상이변을 겪게 될 것이지만, 이것을 극복하는 기술개발에 필요한 시간은 최소 100년 정도로 예측되고 있으며, 저탄소 정책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기업의 이익에 맞물려 진행이 더디거나 멈춰있다.
게다가 우리를 가장 변하기 힘들게 하는 장애물은 지금까지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자본주의가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풍요를 선물한 것 같지만, 실상을 보면 지독하게 자연을 착취하고 불평등을 심화하여 인류를 계급으로 구분 지어 버린 시스템이었다.
자본주의는 사용가치보다 가치를 중시한다.
이것은 재화가 얼마나 쓸모 있는가 보다는 재화의 금전적 가치가 얼마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나치게 많은 상품을 생산하고 경쟁시켜왔으며, 기껏 생산된 제품의 대부분은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희소성을 지키기 위해 폐기된다.
자본주의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시스템으로 알고 있지만, 어쩌면 가장 비효율적으로 우리가 가진 자원을 이용해왔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우리가 누리는 풍요가 어디로부터 온 것이지를 가려 우리의 눈을 멀게 한다.
선진국의 풍요는 개발도상국을 착취함으로써 이루어져 왔으며 이것은 제국주의 시대부터 이어져내려 온 착취의 역사이다.
0.1%의 부유함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할까?
능력주의는 이러한 부당함을 정당함으로 바꿔놓았고 우리는 아무리 원해도 다가갈 수 없는 꿈을 자기 계발과 노력이라는 허울 좋은 근거를 통해 망부석처럼 바라보고 있다.
이런 특성들은 대중을 부자와 빈자로, 노력하는 자와 게으른 자로, 성공하는 자와 실패하는 자로 갈가리 찢어놓았고, 자연스럽게 개인주의가 만연하도록 만들었다.
저자가 탈성장 코뮤니즘을 해답으로 제시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자본주의의 특성으로 인해 자본주의를 통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해 올바른 해답을 이끌어 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도의 철학도 본디 성장을 중시하였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말년까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그의 가치관과 철학을 바꾸게 되었으며, 저자는 본인의 연구를 통해 마르크스가 바꾼 철학이 탈성장과 공동체의 강화에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탈성장은 우리를 끊임없는 발전과 허영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코뮤니즘은 갈갈이 찢어진 개인과 개인을 다시 묶어줄 유일한 매개체라는 것이다.
그 실례로서 저자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가 이끌고 있는 '두려움을 모르는 도시'를 제시한다.
이곳에서는 협동조합을 통해 경제를 유지하고, 대중의 정치참여를 확대하여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이루어가고 있다.
이로서 자본을 앞세운 다국적 기업의 횡포에 맞서고 물질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공존한다.
기후변화는 위기이지만 기회로서 활용할 수도 있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가 말하는 희망이란 이렇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뤄지고 있던 개선운동은 기후변화를 통해 하나의 힘으로 뭉칠 수 있다.
기후변화가 매개체가 되어 모두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를 이루는 데 필요한 힘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숫자는 3.5%이다.
3.5%의 대중이 뜻을 합치는 것으로 우리는 미래에 대한 희망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 것이다.
저자가 던진 마지막 질문은 3.5%에 속하겠느냐이다.
재활용 제품의 사용을 줄이고 에코백을 사용하는 것은 그저 책임을 회피할 뿐, 상황의 개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자는 이것부터 비판하며 책을 시작했다.
이 책의 집필 목적은 우리에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모두가 성장을 원할 때 성장을 부정하는 것은 바보로 보이겠지만, 저자는 용기를 냈고 행동을 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이거 저거 재고 있을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제는 행동이 필요하다.
그게 유일한 답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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