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주년 기념판으로 나온 이기적 유전자
40년이나 되었지만, 이 책은 지금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훌륭한 과학서적이자 철학서적이라 생각된다.
일반인들에게는 "밈"이라는 문화 유전자의 개념을 처음 사용한 책으로 알려져 있으며, 본래의 내용과는 다르게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책으로도 유명하다.
수많은 책 중에 간혹가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한 단계 넓혀주는 책이 있는데, 나에겐 이 책이 그런 책중에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저자는 진화생물학자이자 다윈주의자이며 생명체의 진화를 유전자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부터 이책에 대한 오해가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인간은 자신의 오감을 넘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진화를 논할 때에도 이런 제한이 적용되어 유전자보다는 개체 혹은 집단을 기준으로 진화를 설명하려고 노력했던 것이 이 책이 나오기 전의 주된 관점이었던 것 같다.
저자는 이 관점이 틀렸다고 단언하면서 진화를 유전자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유전자는 이기적이며 유전자의 목적이란 자신이 조종하고 있는 운반자(이것은 생물의 개체를 말한다.)를 이용하여 자신의 복제를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것이라 주장한다.
아마도 이기적이란 단어에서 그 오해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책에서는 몇 번이고 이기적인 단어를 사용한 이유를 설명하지만, 아마도 40년 전 책이 출판될 그 당시에는 너무나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으리라.
게다가 진화의 주인공은 유전자이고 생물 개체는 그저 운반자일 뿐이라니, 지금 현재에도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생물이 이렇게 복잡한 개체로 진화된 과정을 추론하여 설명하는 부분이지 않나 싶다.
처음에는 간단한 구조를 가진 개체에 기생체가 붙는다.
이 기생체가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는 과정이 본래 개체와 같은 방법으로 진행이 되면 서로 협력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개체는 자손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복제하므로 개체는 정자와 난자를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는데 기생체도 정자와 난자를 통해 복제를 시도하는 경우에 협력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면 개체와 기생체는 하나가 되고 이렇게 기생체가 붙고 하나가 되는 수많은 과정을 거쳐 지금의 복잡한 개체로 진화되었다는 얘기다.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명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굉장히 통찰력 있는 추론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발표 직후에는 알아듣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그런 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조차 양자역학에 대해서는 과격하게 부정하였으니, 저자의 이런 이론이 그 당시에 얼마나 부정당했을지는 경험해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저자의 이론에 부합되는 사실들이 하나둘 발견되어 현재는 진화생물학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오해하여 생명의 이기심과 사악함을 강조한다고 얘기하지만, 실상은 다른 것 같다.
저자가 사용한 이기적이란 단어는 감정이 배제된 자신의 복제를 위해 행동하는 유전자를 말함이었을 뿐이다.
사람들은 의인화하여 해석하는 것을 더 쉽게 받아들이므로 이런 제목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오히려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또한 유전자의 주된 목적은 자신을 복제하는 것이고 복제하는 과정에는 경쟁도 있지만 협력의 과정도 분명히 존재하며 경쟁과 협력은 유전자보다는 환경적인 변수에 따라 중요성이 달라진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차후에 추가된 12장에서는 유전자들이 경쟁과 배신보다는 협력을 선택했을 때 생존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실험 결과에 대해서도 이기적인 유전자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마치 영화 속에서 복수를 부르는 복수를 끊기 위해 용서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보는 것 같다.
유전자 수준에서도 복수에 복수로 대응하는 것은 그리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었나 보다.
이 책은 우리가 기존에 세상을 바라보던 방식이 얼마나 제한적이며, 그 한계를 넘었을 때 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고 생각한다.
저자에게 이런 훌륭한 경험을 하게 해 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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