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핑크색 커버의 이 책은 우리 뇌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과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과학의 대중화에 앞서고 있는 스타 과학자라고 하며, 책의 내용 역시 일반인이 읽기 부담스럽지 않게 편한 문체와 최소한의 전문용어를 사용하여 서술되었다.
저자는 인간은 자유의지로 움직이는 존재인가 아니면 정해진 운명을 따라가는 존재인가?라는 문제를 시작으로 책을 시작하고 있다.
현대 뇌과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의견이 얼추 비슷하게 나뉜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결정론적인 생각에 동의하는 과학자가 좀 더 우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과학자라는 부류가 원래 인과론적으로 생각하기 쉬운 존재이니 그렇지 않을까?
어쨌든 책에서 저자는 이 두 가지 의견에 대해 중간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인간의 뇌가 큰 틀에서 완성되어 태어난 것이 자라면서 외부 요소 및 환경이 더해서 세부 그림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라 말하고 있다.
그리고, 협동하는 뇌라는 제목을 가진 마지막 챕터에서 연민이라는 감정을 얘기하면서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가 중요함을 얘기하면서 책을 마감하고 있다.
마지막 챕터가 조금 거리가 있는 주제로 끝나기는 하지만, 아마도 자신의 소망과 원하는 미래상을 담았기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몇 가지 관심이 가는 주제는
노인의 지혜와 꼰대 짓은 한 끗 차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뇌에 쌓인 경험과 지식을 사용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 같은 내용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타인의 생각을 보충하려 하면 지혜로서 작용하지만, 타인의 생각을 바꾸려 하면 꼰대가 되는 것이 아닐까?
전문가란 존재도 이와 비슷한 딜레마를 겪는 것은 아닐까?
내향성 사람과 외향성 사람을 풀어낸 것도 흥미로웠다.
내향성 사람은 작지만 깊은 관계를 유지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소규모의 집단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역할이 외향성 사람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보통 외향적인 성격을 좀 더 좋게 평가하지만, 사실 두 가지 성향은 사회가 구성되는데 모두 동등하게 필요한 성격인 것이다.
우리가 가진 신념의 경직성에 대한 부분도 있다.
사람은 자신의 신념에 의문이 제기되면 그에 대한 반론을 찾기 위해 머릿속 기억을 뒤지고, 새롭게 끼워 맞춰보려 하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묵살하여 기존의 신념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왜 사람들 사이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서로의 입장이 좁혀지기 힘든지를 설명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유의지가 필요한 이유 중에 하나로 드는 것에도 이런 것이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대체적으로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면 사회의 규칙을 무시하고 욕망에 충실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한 규제로서 자유의지란 것이 환상일지라도 사회가 매끄럽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필요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뇌는 타고난 유전자에 의해 좌우되며 이는 사실인 것 같다.
다만 저자는 큰 틀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은 자신의 노력과 사회적 환경이 더해서 운명의 세세한 부분을 그려나간다고 표현하였다.
뇌도 뉴런과 뉴런의 연결을 경험과 지식이 쌓임에 따라 새로 재구성하여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개선된다고 한다.
마치 사람과 사람이 집단과 집단이 국가와 국가가 반듯이 연결되어 교류해야 발전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저자가 마지막 챕터를 협동하는 뇌로 정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연민이라는 주제로 마지막 챕터를 마감하고 있지만, 이것이 동양철학에서 많이 등장하는 주제라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객체보다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철학이 그동안 주류로 자리 잡고 있던 서양철학과 가치관의 빈자리를 메꾸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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