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셀런버거는 친원전으로 유명한 환경주의자이다.
이 책에서는 현재 대표적으로 이슈화되어 있는 기후변화에 대해 환경론자들이 어떻게 부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폭로하고 있다.
옮긴이의 번역체가 그랬던 건지 모르겠지만, 읽으면서 드는 느낌은 폭로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침묵의 봄과는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용은 상당히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다.
저자가 겪은 다양한 경험과 많은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들이 어떤 식으로 대중을 현혹하고 정치적인 로비활동을 하는지 얘기하고 있다.
또한 환경주의자들이 어떻게 가난한 나라의 발전을 방해하는지, 원자력은 왜 가장 좋은 선택인지를 주장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사실 내가 가진 가치관과 저자의 가치관은 많이 다르다.
저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나, 원전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내가 가진 원전에 대한 생각을 수정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는 관점에서 저장의 주장은 약간 잘못된 점이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수많은 예를 들며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를 비판하지만, 실상 내용은 환경주의자인 게 문제가 아니라 자본과 권력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비판의 대상이되는 환경주의자는 거의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
그들이 환경에 관심이 없는 한 그들은 환경주의자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입으로 환경을 부르짖지만 실상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면 그들은 그냥 이익 추구자일 뿐이지 환경주의자라는 이름으로 비난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가난한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도 자본주의가 제국주의로 발전함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지,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은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즉 저자가 비판하고 있는 사람은 환경보호라는 탈을 쓴 로비스트라고 말하는게 더 맞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는 잘못된 점이라기보다는 관점의 차이인데 저자는 기본적으로 자원의 무한함을 가정하면서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 가정하에서는 아무리 많이 써도 저자가 말하는 에너지 밀도가 높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좀 오래된 이영도라는 판타지 작가가 쓴 드래곤 라자라는 소설에 이런 말이 나온다.
"엘프가 숲을 걸으면 하나가 되고, 인간이 숲을 걸으면 오솔길이 생긴다."
아주 오래전에 읽은 것이라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이런 느낌의 말이었다.
인간의 본성을 아주 잘 표현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주의자는 엘프가 되길 원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사람은 저자가 감히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자연보호를 빌미로 자본의 권력을 쫓는 사람을 비난할 수는 있겠지만...(실제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실천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엘프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자원이 무한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열역학 제 2법칙을 간단히 위배하는 것이지 않은가?
세 번째는 흔히 낙관론을 펼치는 사람들이 그렇듯 문명과 기술의 발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는 믿음이다.
팩트풀니스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인간은 사실은 올바른 방향을 향해 한 발씩 가고 있는 것 같다.
저자도 여러가지 데이터를 들어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이 결과를 부정하지 않지만,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은 낙관론만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자신을 신중한 낙관론자라고 했다.
이 말은 상황은 비관적이지만, 개선을 믿는다는 말이다.
이런 신중한 낙관론자의 견제가 없었다면 과연 인류의 발전 방향이 지금과 같았을까?
우리가 피해야할 것은 포기하는 사람이지 비판하는 사람이 아니다.
저자가 이런 책을 쓰게 된 이유에서 나는 오히려 더 큰 희망을 볼 수 있다.
어쨌든 어쨌든 인간이 이제는 환경에 꽤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며, 지금은 오히려 지나칠 정도라는 걸 증명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책 뒷면에 적힌 소감문중에 가장 인상 깊은 소감문이 있었다.
"이 책은 환경 진보주의자들을 분노케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나를 포함한 일부 활동가와 저널리스트가 경고하는 환경 위험에 대한 유용하고 심지어 꼭 필요한 대항마다. 논쟁을 시작하자!" - 존 호건, 스티븐스공과대학교 과학저술센터 소장
논쟁이 치열해질수록 느리지만, 한 걸음씩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Book? Foo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 사이언스 - 기초과학연구원(IBS) (0) | 2021.07.01 |
---|---|
담론 - 신영복 (0) | 2021.06.19 |
침묵의 봄 - 레이첼 카슨 (0) | 2021.06.11 |
탐욕의 시대 - 장 지글러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0) | 2021.06.05 |
소송 - 프란츠 카프카 (0) | 2021.06.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