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한다.
즉, 홀로 존재할 수 없고 반드시 모여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인간은 모여서 도시를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건축물을 짓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인 유현준 교수는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와 건축과 인간의 상호관계를 15가지 관점으로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그른가의 문제는 항상 인간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 관점은 도시와 건축도 예외가 아니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바람직한 도시와 건축의 모습은 인간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을 배제한 채 이루어진 개발은 결국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악영향이 바로 단절이다.
저자가 지적하는 부분도 그렇다.
잘못된 건축은 하늘과 인간을 단절시키고 환경과 인간을 단절시키며, 인간과 인간의 관계마저도 단절시킨다.
모든 행위와 가치판단의 중심에 서 있어야 할 인간은 외곽으로 밀려나고 그 중심에 신, 부, 권력이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건축과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켜 현상의 가속화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P.280
결국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건축물이 아니라 장소이다.
장소가 만들어지려면 사람이 모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사람이 모일 목적지가 될 만한 가게나 랜드마크 건물이 필요하고, 사람이 정주할 식당이나 카페가 필요할 것이다.
책 전체를 통해 가장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다.
우리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말은 우리가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자연과의 소통이 단절되어 우리는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게 되었고, 타인과의 소통이 단절되어 우리는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
시스템과 제도는 우리를 가두는 수단이다.
그리고 그것은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인간 사이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이것이 불가능하게 된 이유가 관계에 단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외형적으로 보이는 수단에만 의지한다면 우리는 결코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 온 도시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 수 있다.
아마도 저자는 이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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