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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Food?

행성 2 - 베르나르 베르베르 - 열린책들

by soulsight 2022. 8. 10.

 

시리즈의 최종장에 다 왔다.

 

작가가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에게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인간들의 문명이 멸망의 길로 들어선 것도 소통의 부재였고, 주인공이 바스테트가 꿈꾸는 세상도 모든 종들이 차별 없이 소통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주인공에게 주어진 소통의 도구는 제3의 눈이었고, 모든 동물들과의 소통을 위해 샹폴리옹이라는 앵무새를 동료로 얻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 자신도 때로는 소통에 실패한다.

질투에 눈이 멀어 자신의 동료인 암고양이 에스메랄다를 오해하고 거리를 두기도 하고, 자신의 집사인 나탈리의 임신과 애정문제로 인해 그녀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내가 말하고 있다고 믿는 것.

내가 말하는 것.

그대가 듣고 싶어 하는 것.

그대가 듣고 있다고 믿는 것.

그대가 듣는 것.

그대가 이해하고 싶어 하는 것.

그대가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 것.

그대가 이해하는 것.

내 생각과 그대의 이해 사이에 이렇게 열 가지 가능성이 있기에 우리의 의사소통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시도를 해야 한다.

 

행성에도 등장하고 그의 작품에 몇 차례 등장한 이 시를 나는 매우 좋아한다.

우리가 진실한 소통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눈을 통해서 바라본 인간 사회의 모순은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모순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아마도 소통의 부재일 것이다.

 

 

 

 

P.67

나는 이제 인간들의 문명이 와해한 이유를 좀 더 분명히 알 것 같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

그들은 공통점보다 차이점에서 존재 이유를 찾으려 한다.

 

차이점에서 우리는 자아를 찾길 원하고 자존감을 찾으려 한다.

사실 분류하고 나누는 것은 인간의 기본 속성이 아닌가 싶다.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을 그렇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교육받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타인과 차이를 벌리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그 수많은 차이들은 나 자신과 다른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기 힘들게 만든다.

모두 같은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차이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수밖에 없다.

 

 

 

 

P.136

인간 정치인이라면 이제 넌덜머리가 난다.

그들은 사소한 문제도 토론으로 해결하자고 모여서는 싸움만 하다 얼굴을 붉힌 채 헤어진다.

 

정치인이 가장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같은 것일까?

 

 

 

P.218

자신들의 신념체계가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이에 반하는 현실에 부딪혀도 이 신념 체계가 흔들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신이 가진 확신과 객관적인 사실 사이에서 괴리를 발견할 경우 이 모순을 처리하기 싫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신념은 자신의 의지를 다지는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소통을 가로막는 큰 장벽이기도 하다.

주변을 가로막는 벽으로서만 작동하는 신념이란 광기에 불과할 것이다.

 

 

 

P.265

인간들은 스스로 무지함을 자각하고 보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유일한 동물이야.

그게 바로 인간들의 강점이지.

반면 다른 동물들은 그렇지 않아.

생존에 필요한 건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

무지에 대한 인간들의 인식은 다른 동물 종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난 생각해.

우리도 인간들처럼 배움을 통해 무지를 보완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어.

 

인간이 가진 희망이자 수많은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만들어 올 수 있었던 이유가 이것이지 않을까?

무지.

이것은 인정하지 못하는 순간부터 인간은 퇴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인간 종 전체이든 개인이든 말이다.

 

 

 

P.280

자기 자신을 완전히 지워 타자가 되고, 정신의 구름을 확장해 더 무수한 타자가 되고, 종국에는 세상 모든 존재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사랑이다.

자신의 동족들,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동물,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 우리를 접속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다.

 

작가가 이 소설에서 정의한 사랑이다.

모든 생명체와 연결되는 것, 그렇게 나와 모든 타자가 같은 존재가 되는 것.

도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이 모여 다시 도로 돌아가는 것.

어쩌면 종말을 향해 가는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엔트로피를 역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것이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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