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는 도가니 검사로 유명세를 탔고 나름 검사로서 앞날이 기대되는 검사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창창했던 앞날을 스스로 걷어차고 내부고발자로서 살게 된다.
이 책 속에는 그녀가 그동안 검찰의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들과 경향신문 정동 칼럼에 기고한 글을 모아 후기와 함께 담아놓았다.
윤길중 무죄 구형 사건과 한명숙 모해 위조 사건에 대한 부분이 많이 들어가 있고 그 사건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어떤 고통을 느끼고 힘든 길을 걸어왔는지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내부고발자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배신자?
박쥐?
이익만을 쫓는 자?
공익제보자라는 용어로 표현을 달리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강하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내부고발자의 위치는 늘 을의 입장이고, 우리는 갑의 논리에 더 익숙해져 일지도 모르겠다.
P.36
1년마다 명단이 갈리는 검사 블랙리스트에서, 저는 밤하늘에 고정된 북극성처럼 찬란하게 계속 빛났다고 하더군요.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문학적으로 표현하다니 검사가 아니라 작가가 되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일명 반골 기질이라고 부르는 것을 그녀는 가지고 있었을까?
하지만, 그녀는 책 속에서 자신이 겁쟁이에 비겁했던 과거를 고백한다.
아마 대부분의 검사도 양심을 따를지 이익을 따를 지의 갈림길에서 그녀와 같은 고민에 빠지지 않았을까?
이익의 달콤함이 진할수록 양심을 따른 다는 것은 그렇게 힘든 것인가 보다.
책 속에서 그녀가 말하는 검찰은 시야가 자신에게로만 향해있고 부패해 있으며 큰 수술이 필요한 권력 단체이다.
그렇지만, 검찰과 자신의 직업에 대한 깊은 사랑도 느껴진다.
깊은 애정이 없다면 이미 그곳을 떠나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녀는 책 제목처럼 계속 가보겠다고 한다.
처음에는 검찰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가졌으나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나 꺾이고 꺾여 찾아낸 방법은 한걸음 한걸음 걷는 것이다.
디딤돌 판례를 만들겠다며 거부당하고 부정당할 자신의 수뇌부를 향한 고소와 고발을 이어가는 것이 그것이다.
그와 더불어 그녀는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P.244
권력은 상하기 쉬운 음식과 같습니다.
계속 끓여주고 갈아주지 않으면 부패하기 마련입니다.
그때 그 검사들이 여전히 건재한 검찰을, 검사들의 잘못이 드러나도 조직의 결정을 따랐을 뿐이라는 이유로 면책특권을 스스로 부여하는 권력기관인 검찰을 믿지 마세요.
먼 훗날 검찰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그날이 오더라도, 검찰을 맹목적으로 믿지 마세요.
견제와 균형이 흐트러지고 감시와 비판이 멈출 때, 검찰은 다시 상하기 시작할 테니까요.
권력 위에 잠자지 말 것을.
끊임없이 관심을 가질 것을.
맹신하지 말 것을.
큰 권력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것이 정의임을.
P.176
지금 제가 혼자처럼 보이지만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길게 늘어선 줄의 앞자리에 가고 있는 겁니다.
선봉은 늘 죽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상대방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의 선봉을 서겠다는 그녀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우리의 관심이
우리의 질책이
그녀에게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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