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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카를로 로벨리 - 이중원 옮김 - 샘앤파커스

by soulsight 2022. 5. 6.

 

시간이란 무엇일까?

 

과거 - 현재 -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은 우리가 일상적이고 또한 절대적이라고 말하고 믿고 있는 개념이다.

우리는 늘 과거를 회상하면서 후회하거나 즐거워하고 현재를 힘겨워하며 미래를 두려워한다.

 

과학자가 바라보는 시간은 우리가 바라보는 시간과 어떻게 다를까?

이 책 속에는 루프양자이론이라는 일반인들은 그 뜻조차 가늠하기 힘든 이론으로 과학계를 이끌고 있는 과학자 중 한 명인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에 대한 관점이 담겨있다.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책 속에는 새롭게 재미있는 관점이 여러 가지 등장한다.

 

시간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고 과거 - 현재 - 미래의 구분은 물리학적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물리학의 기초 방정식에는 시간의 개념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로 인해 시간은 절대성을 잃고 양자들처럼 관찰자가 인지해야 존재하는 상대적인 존재가 된다.

 

책을 읽고 내가 이해한 저자의 시간 개념은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이 바로 시간이라는 것이다.

우주는 시간 안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우주를 시간이란 방식을 통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시간이 엔트로피의 이동방향인 이유가 그렇다.

엔트로피는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만 이동할 수 있으며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서만 흐를 수 있는 것의 이유가 된다.

 

그런데 엔트로피는 우주가 가진 수많은 배열들 가운데 희미하게 인지할 수 있는 하나이다.

즉 우리는 그 수많은 배열들 가운데 시간이란 배열만을 인지할 수 있다는 말인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지 수준을 능가하는 존재나 우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주를 인지하는 존재가 있다면 그들은 우주를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실체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사건만 존재한다.

 

이것은 이 책에서 가장 직관에 위배되는 개념이지 않나 싶다.

시간에 대한 개념보다 오히려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듯한 설명이기도 하다.

우주는 수많은 은하계로 이루어졌고 그 은하계는 수많은 별들로 이루어졌으며 별들은 또 수많은 원소들로 이루어졌고......

이렇게 양자의 세계까지 내려가면 시간도 공간도 구분이 안 되는 양자의 영역에 들어간다.

그곳에서는 위치와 속도를 알 수 없고 오직 확률로서만 즉 희미하게만 느낄 수 있는 양자들이 수많은 상호작용을 하면서 존재한다.

 

이들의 존재를 알아내는 방법은 오직 다른 존재를 통해서이다.

존재와 존재의 상호작용 즉 사건을 통해서만 우리는 존재를 알아낼 수 있다.

이 사건들은 모여서 프로세스가 되고 수많은 사건들의 집합체는 인간이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 내내 내가 누구인지를 정의하는 것 역시 사건의 집합이 아니던가.

태어나고, 학교에 들어가고,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양자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듯 우리는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자신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두 번째로 읽은 저자의 책은 과학자로서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는 부분도 있지만, 나에게는 철학적인 느낌이 훨씬 더 강하게 느껴졌다.

이론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철학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느꼈던 것 같다.

 

거대한 우주에 대하여 먼지보다 작은 우리가 의미가 없는 존재가 아닌 이유는 우리가 느끼는 시간을 만든 존재가 우리라는 데 있다.

지금 나는 이 거대한 무엇인가와 나만의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내가 시간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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