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곳
유토피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세상을 말한다.
토머스 모어가 쓴 이 소설은 라파엘 히틀로다이오라는 인물이 찾아낸 유토피아라는 완벽한 공화국에 대해 자신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있다.
라파엘 히틀로다이오라는 이름의 뜻은 그리스어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퍼뜨리고 다니는 자"라는 의미라고 한다.
유토피아나 라파엘 히틀로다이오라는 이름들은 이 소설이 얼마나 풍자적인 이야기인지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작명 센스라고 생각한다.
1권과 2권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1권은 현시대의 부조리함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루고 있고 2권은 유토피아에 대한 라파엘 히틀로다이오의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대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소설 속의 유토피아는 최상의 공화국 형태라는 표현에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당시에는 상당히 파격적인 사회체제였겠지만, 노예제도가 사라지고 여성의 권리가 그때보다는 상당히 보장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형식을 벗겨내고 내용을 봤을 때 우리는 소설 속에서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파엘 히틀로다이오가 사회가 부조리해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은 것은 소유권이다.
P.105
친애하는 모어 씨, 사실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유재산이 존재해서 돈이 모든 것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곳에서는 정의롭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P.107
어떤 명목으로든 개개인이 능력껏 재화를 긁어모으는 것이 허용된 곳에서는, 재화가 아무리 많아도 결국 극소수가 그 모든 재화를 나누어 갖게 되고, 나머지 대다수는 궁핍해지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소유권이 존재하는 곳에서 재화는 아래가 아닌 위로 향하게 된다.
하위층은 정당한 대가 없이 노동을 제공하고, 상위층은 빈둥거리며 대부분의 재화를 소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P.43
그런데도 굶어 죽지 않으려면 남의 것을 훔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먼저 사람들을 내몰고선 그런 후에는 절도죄를 범했다고 그들을 끝까지 추적해서 교수형이라는 가혹하고 끔찍한 형벌을 내려 죽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P.56
이 나라가 이러한 폐단들을 고치지 않는 한, 절도를 벌하는 것이 정의라고 자랑해보아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 것은 겉보기에는 아주 정의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의롭지도 않고 유익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토머스 모어는 체제의 문제를 법으로 다스리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한 것인지 라파엘 히틀로다이오를 통해 꼬집고 있다.
정의로운 척하는 법의 위선을 독자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실눈의 여신이여!
토머스 모어는 2권에서 유토피아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어떤 것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어떤 것은 갸웃하게 한다.
그 시대의 시대적 상황과는 많이 다른 현시대의 관점에서 봤을 때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하지만, 긴 시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토머스 모어가 제시한 문제들은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여전히 분배의 문제로 갈등하고 있고, 불공평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인류가 생존하는 동안 절대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기록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과거를 역사로 기록하고 있고 역사는 우리가 해 온 수많은 성공과 실수를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답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다.
토머스 모어가 던진 질문을 우리는 지금 또 던지고 있다.
하지만, 토머스 모어의 해답과 우리의 해답은 다르다.
아마 우리의 후세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다른 해답을 얻을 것이다.
역사는 이렇게 진화한다.
역사란 하나의 질문에 대한 수많은 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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