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유를 찾는 여정
P.58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저자의 아버지는 인생이 무엇이냐는 어린 저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우주 안에서 점 위에 점 위에 점에 불과한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를 찾기 위한 저자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사자, 호랑이, 토끼, 나무, 산, 들, 바다, 행복, 기쁨, 슬픔, 분노.....
항상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오랜 세월을 인간과 함께하고 발전해왔지만 불완전하다.
우리는 아직도 대화를 하면서 손짓, 표정 등을 통해 추가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정확하게 주고받지 못한다.
언어는 불완전하다.
언어는 우리의 사유를 제한한다.
우리가 편하자고 이름 붙인 사물이나 개념 이외의 것을 우리는 쉽게 생각해내지 못한다.
언어의 제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조지 오웰이 쓴 1984에서 국가가 구어를 버리고 신어를 만들어낸 것도 인간을 구속하기 위해서였다.
신어에 들어가 있지 않은 단어와 개념들은 사라져 가는 구어처럼 인간의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사라진다면 과연 사랑이라는 감정은 존재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단어로 대체되는 것일까?
저자가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관찰할 인물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분류학자였다.
분류학이라는 학문은 다른 어떤 학문보다 언어에 민감하다.
그는 세상을 관찰하기를 좋아했고 그렇게 분류학자가 되어 새로운 어류를 찾아내고 수없이 많은 어류에 이름을 붙여왔다.
몇 번의 커다란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여정을 지속하는 데이비드를 통해 저자는 혼돈에 대항하여 질서를 잡아가는 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과연 그런 의지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인간은 직관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뇌 과학자에 의하면 인간이 편견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수없이 많이 들어오는 데이터를 관리하기에 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나머지를 버려야 할 정도로 세상이 인간에게 주는 데이터는 많고 인간은 그 수많은 데이터를 전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받아들인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자연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다.
오감 중에 시각만 지나치게 발달한 인간은 자연을 정확히 이해하기보다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해한다.
이것이 인간의 직관이 자주 틀리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완벽함과 진리의 추구는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세상을 통해 진리를 찾기 위해 과학자가 되었고, 어떤 사람은 신이라고 불리는 그 어떤 진리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다양성을 가로막는 차별이 존재하는 이유는 완벽함과 진리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사랑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윈은 직관을 뛰어넘고 편견을 극복해내면서 진화를 발견하였다.
진화가 의미하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무수히 다양하다는 것이지만, 완벽함과 진리를 추구하는 인간은 자꾸만 삶의 방식을 통일하려고 한다.
내가 믿고 있는 진리는 사실 내가 가진 지독한 편견이 아닐까?
모든 사람이 한 가지 지독한 편견으로 통일된다면 우리는 언젠가 헉슬리가 말한 멋진신세계에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
P.311
나는 범주를 부수고 나왔다.
자연이 프린트된 커튼 뒤를 들쳐보았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무한한 가능성의 장소를 보았다.
모든 범주는 상상의 산물이다.
그건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느낌이었다.
혼돈이란 이름조차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이지만 어쨌든 자연의 복잡함과 이해할 수 없음은 혼돈이라는 말로만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자연을 정복하고 승리를 쟁취하려고 할수록 자연은 우리에게 더 큰 혼돈을 가져다준다.
인간은 그것조차 이해하기 힘든 이름을 붙여 놓았다.
외부 효과(side effect)
이것이 인간이 세상을 그리고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열역학 제2법칙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자연이 내린 한계를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언젠가는 이 법칙도 자연을 오해한 인간이 붙인 이름에 불과한 것이 되어 버릴까?
인간은 범주라는 조그만 틈을 통해 자연을 바라볼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겸손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렇게 스스로 작아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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