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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Food?

프랑켄슈타인 - 메리 셀리 -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by soulsight 2022. 3. 9.

 

SF의 시작

그것은 한 여성 작가로부터 시작되었다.

 

프랑켄슈타인은 SF의 최초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메리 셀리는 이 걸출한 작품에 자신의 다양한 시각과 시대적 배경을 녹여내었다.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고전으로 읽히기에 충분하겠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담론은 현대 사회에서도 의미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누구나 부러워할 것 같은 완벽한 환경을 가진 인물이다.

뛰어난 지적인 능력을 가졌고 자애로운 부모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미래를 약속한 연인을 가진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인물이다.

사건의 시발은 그가 지닌 탐구심에서 비롯한다.

그는 지식에 대한 끝없는 갈망을 가지고 있었고, 생명의 비밀에 대해 알기 원했다.

그의 열정은 결국 그를 생명의 비밀로 인도하였고 자신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끔찍한 외형의 생물체를 창조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창조는 그를 파멸로 이끌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창조는 파멸로 이어지고 말았다.

 

P.161

지식에는 얼마나 기이한 성질이 있는지요!

이미 알게 된 것은 바위에 붙은 이끼처럼 머릿속에 들러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오.

 

욕망은 인간을 창조로도 파멸로도 이끈다.

노자는 인간의 욕이 생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가진 위험성을 늘 경계하라고 경고하였다.

우리가 발전과 진보라고 생각하는 모든 테크놀로지가 가진 양면성을 메리 셀리는 자신의 작품 안에서 경고하는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창조한 생물을 받아들일 수도 제어할 수도 없었다.

그의 무책임함은 결국 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 그의 주변과 그 자신을 철저히 파멸시키고 만다.

 

P.189

당신에게 느끼는 감정이라고는 증오뿐이었소.

감정도 심장도 없는 창조주!

당신은 내게 지각과 정념을 준 다음 내버려 인류에게 공포와 경멸의 대상이 되게 했지.

인간 형상을 한 다른 존재로부터 인정받으려 했지만 끝내 받지 못했고, 그것을 당신에게서 얻어내기로 결심했소.

동정을 얻고 보상해달라고 요청할 만한 사람도 당신밖에 없었기 때문이오.

 

불은 인간에게 따뜻함과 안락함을 주었지만, 파괴의 힘도 주었다.

원자력은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하지만, 자신을 스스로 멸망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주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빅데이터, 알고리즘

우리의 미래를 함께할 기술의 진보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을까? 아니면 프랑켄슈타인처럼 우리는 파멸의 씨앗을 키우는 것일까?

인간은 늘 위기를 극복해왔다고 낙관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문제의식과 비판의식은 언제나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낙관론보다는 문제의식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P.196

내가 사악해진 것은 불행하기 때문이오.

인류 전체가 날 기피하고 미워하지 않소?

나를 창조한 당신도 나를 갈가리 찢어 승리하려 하니까.

기억해보시오.

인간이 날 연민의 눈으로 봐주지 않는데 왜 나는 그래야 하는지 말해보시오.

나를 저 얼음 틈바구니로 밀어 넣어 당신이 직접 만든 내 육신을 망가뜨리더라도 당신은 그걸 살인이라 하지 않겠지.

인간이 날 경멸하는데 왜 나는 인간을 존중해야 하는 거요?

인간이 친절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게만 해준다면 나 또한 해는커녕 나를 받아준 데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할 것이오.

하지만 그렇게 될 순 없을 거요.

인간의 감각은 우리의 하나 됨을 막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니까.

그렇다 해도 비굴한 노예처럼 굴종하지는 않을 셈이오.

내가 받은 상처를 복수할 셈이오.

애정이 아니라면 두려움을 일으킬 거요.

특히 나를 창조한 최고 원수인 당신에게 꺼뜨릴 수 없는 증오를 맹세하는 바요.

조심하시오.

내가 당신을 파멸시키고 말 테니.

당신이 세상에 태어난 시각을 저주하도록 당신 마음이 황폐해질 때까지 결코 끝내지 않을 거요.

 

다른 관점에서 이 작품은 인간이 가진 편견이 얼마나 큰 비극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얘기한다.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괴물은 태어났을 때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존재였다.

괴물을 악마로 만든 원인은 인간이 가진 편견이었다.

자신의 창조주를 동경한 괴물에게 인간은 돌을 던지고 비명을 질러 그를 쫓아내려 했고 그로부터 도망치려 했다.

그의 외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흉측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세운 방벽을 괴물은 넘지 못했고 결국 그는 자신이 넘을 수 없는 벽을 증오하게 되었고 복수를 다짐했다.

 

태어나면서 우리는 구별 짖고 나누도록 교육을 받는다.

나와 너, 남과 여, 부자와 빈자, 우리 편과 상대편, 좋은 것과 나쁜 것

나눈다는 것은 우리를 질서로 인도하지만 그 와중에 우리가 만들어내는 경계는 점점 더 강력해지고 스스로를 가두는 장벽이 된다.

혼돈은 적대시되고 파괴해야 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읽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SF소설이 지닌 최대 장점은 현재의 우리가 아닌 다른 세계, 다른 환경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고찰할 수 있다는 데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과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사고 실험은 물리적으로 실험하기 어려운 주제를 관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론이다.

SF소설은 인류가 고민해야 할 주제를 관찰하기 위한 사고 실험이 아닐까?

 

메리 셀리가 무서운 이야기 창작하기라는 조금은 유치하지만, 재미있는 내기로 시작한 이 흐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인류는 메리 셀리가 살던 시대보다 훨씬 진보하였고 무수히 많은 새로운 개념과 사물이 생겨났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개념과 사물을 창조해나갈 것이다.

우리는 SF소설이라는 사고 실험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재미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덤일 테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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