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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Food?

파수꾼 - 하퍼 리 - 열린책들

by soulsight 2022. 3. 4.

 

껍질을 깨기 위해서 나를 죽여야 한다.

 

파수꾼은 하퍼 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소설이다.

하퍼 리는 처음 파수꾼을 출판하려고 찾아 간 출판사에서 앵무새 죽이기를 집필하기를 권고받고 파수꾼 대신에 앵무새 죽이기를 집필한다.

파수꾼은 그의 나이 90세에 안전금고에 보관된 것이 발견되어 출간되었다.

그래서 특이하게도 파수꾼은 처음이자 마지막 소설이 되었다.

 

앵무새 죽이기에서는 화자이자 어린아이였던 진 루이즈 핀치가 파수꾼에서는 성인이 되어 등장한다.

 

인종차별이 자연스럽던 자신의 고향 남부를 떠나 뉴욕에서 생활하던 진은 휴가를 맞아 고향으로 돌아간다.

오랜만에 돌아간 고향은 자신을 반겨주지만, 진은 자신의 삶에 기준이 되었던 아버지 애티커스와 친구이자 연인인 헹크가 보수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주민 협의회에 출석한 것을 보고 극도로 실망하며 충동하게 된다.

어릴 적 부당한 재판을 받을 위기에 처한 한 흑인을 구하기 위해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변론을 맞았던 자신의 아버지에게 커다란 실망을 느끼게 된 것이다.

 

P.139

진 루이즈는 남자들의 일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었지만, 입에서 오물을 토해 내는 사람과 아버지가 한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참석했다고 오물이 조금이라도 깨끗해지나?

아니다.

그것은 용납을 의미했다.

 

진에게는 아버지의 행동이 자신의 믿음에 대한 배신이었고, 믿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

그녀에게 남은 선택이라고는 아버지를 피해 달아나는 것, 오직 그것만 남은 것 같았다.

 

파수꾼에서는 좁게는 흑인의 인권 문제로부터 진보와 보수, 세대 간의 충돌을 다루고 있다.

아버지는 과거 흑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사람이지만, 그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흑인의 권리를 인정한다.

그에 반해 진은 백인과 흑인이 전혀 다른 존재가 아니었다.

둘은 그저 사람일 뿐이었다.

 

P.224

아무도 그들을 의심하지 않아.

그들과 함께 일하고, 그들 옆에서, 그들과 함께 먹고, 그들과 같은 버스를 타는데도, 그 누구도 그들을 의식하지 않아, 일부러 의식하려 한다면 모르지만.

크고 뚱뚱한 니그로 사내가 옆자리에 앉아도 나는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그걸 몰라.

그냥 아무도 그걸 의식하지 않아.

 

차별이 없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나와 다르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자연스러운 상태, 어쩌면 차별은 다름을 인식하는데서부터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는 조금 더 현실적인 선택을 했고, 그것은 애티커스 세대에게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었다.

흑인을 당연히 노예로 생각하던 시대적 배경과 싸운 애티커스였지만, 그가 내딛을 수 있는 발걸음은 그의 인생의 길이만큼이었을 뿐이었다.

 

P.325

너는 정서적 불구자였어,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항상 네 답이 곧 아버지의 답일 거라 가정하고 답을 구해 왔지.

 

진 루이즈 핀치의 충격과 혼동이 컸던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자신의 결정이 아버지의 가치관에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온 아버지의 모습과 대비되는 아버지의 모습을 깨닫게 된 순간, 그 순간은 진 루이즈 핀치에게는 나아갈 것인지 멈출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P.326

"너는 아버지 말은 안 들었을 거야.

그럴 수 없었겠지.

우리의 신들은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거든.

그들은 인간의 수준으로 내려오면 안 되니까."

"그래서 아빠가... 그래서 아빠가 나를 때리지 않은 건가요?

그래서 아빠가 자신을 변호하려 하지도 않은 건가요?"

"네 아버지는 너 스스로 우상들을 하나씩 부수도록 내버려 둔 거야, 네가 스스로 아버지를 인간의 신분으로 떨어뜨리게 만든 것이지."

 

우리가 어릴 때 우리에게 부모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성장하면서 우리가 그들이 신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인식하게 되면서 실망을 하거나 반감을 느끼거나 혹은 무시하기도 한다.

비단 부모 자식 세대뿐만이 아니라 신세대와 구세대의 충돌은 어디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다.

진보와 보수는 늘 대립하고, 충돌하며,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P.342

그것은 비행기와 같은 듯하다.

그들은 저항력이고 우리는 추진력이어서, 우리는 함께 그것을 날게 만든다.

우리가 너무 많으면 머리가 무겁고, 그들이 너무 많으면 꼬리가 무겁다.

그것은 균형의 문제다.

나는 아빠에게 이길 수 없고, 아빠와 한편이 될 수도 없다.

 

소설 속에서 하퍼 리는 낡은 것과 새것의 균형을 얘기하고 있다.

이것은 대립에 대한 얘기도 협력에 대한 얘기도 아니다.

 

P.325

진 루이즈, 각자의 섬은 말이다, 각자의 파수꾼은 각자의 양심이야.

집단의 양심이란 것은 없어.

 

우리가 가진 양심이란 파수꾼은 우리가 미래로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사회와 문화는 그렇게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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