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늘 그의 곁에 있었다.
정유재란이 일어나고 이순신은 감옥에서 풀려났다.
이 소설은 거기에서 얘기가 시작된다.
거대한 적을 앞에 두었지만, 그 누구도 의지할 수 없었고 누구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
홀로 외로이 자신의 가슴속에서 울리는 칼의 노래를 숨기며 그는 자신의 죽음을 찾아 뚜벅뚜벅 한 걸음씩 걸어 나갔다.
작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 이순신의 모습이 아닌 깊이를 알 수 없는 고통과 두려움을 어깨에 짊어진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임진년과 정유년의 왜란 동안 그는 늘 두려웠고 늘 힘겨웠다.
전투는 익숙해짐이 존재하지 않았고, 배고픔은 시계처럼 반복되었다.
그가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죽음뿐이라는 것을 그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 소설은 이순신이 자신의 죽음을 찾아가는 여정을 슬픈고도 슬프게 노래하고 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과 누구도 신뢰할 수 없는 살얼음판 같은 전장 속에서 그는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임금과 신하들,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백성들, 언제든 칼을 들이댈 준비를 하고 있는 왜적들, 남의 집을 제 집처럼 여기는 게으른 명군 어느 것 하나 그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가슴속에 날 선 칼에 의지한 채 한 걸음씩 한걸음씩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걸어 나갔고, 그렇게 왜적은 한 척 한 척 물리쳐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소설에서는 그 답을 찾을 수 없다.
그저 작가는 이순신의 슬픔, 고뇌, 두려움을 절절하게 표현해내었다.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그가 얼마나 고결한 인생을 살았는지 알 수 었다.
얼마나 많이 포기하고 싶었을까?
얼마나 많이 도망치고 싶었을까?
나는 그것을 알 수 없다.
그저 그를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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