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님은 이미 고전에 반열에 올라가야 하시는 분이라고 하고, 10년 전에 작고하셨지만, 죽는 순간까지 소설가로서 사셨다고 한다.
40살의 늦은 나이에 "나목"이란 작품으로 소설가로서 이름을 알리셨고, 그 소설은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라고 하니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엄마의 말뚝 3부외에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을 다 읽고 난 느낌은 남는 것도 많지만, 곱씹는 다기보다는 후련한 쪽에 더 가까운 느낌인 듯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항상 느끼는 감정이지만, 함부로 입밖에 내기 어려운 것들, 그 안타깝거나 부끄러운 상황들에 대한 표현들을 읽으면서 가끔은 시원하고 가끔은 부끄럽기도 하였다.
작가님의 소설에 감정이입이 잘 되는 것은 너무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라 내가 살면서 느끼는 그런 모습들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내가 어렸을 때 이 소설을 접했다면 조금은 지루하게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나이를 먹고 접한 이 소설 속의 인생들의 모습들은 나 혹은 내 가족 혹은 내 친구나 이웃의 이야기일 수 있거나 혹은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책 서두에 작가님은 엄마의 말뚝을 꽤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충분히 수긍이 되었다.
자전적인 소설이고 꽤 많은 부분이 작가 본인의 인생이 녹아들어 가 있으며, 남들에게는 숨기고 싶은 얘기였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내 느낌은 비웃음보다는 내 얘기처럼 느껴지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자식을 위해 고집스러울 정도로 희생하는 엄마의 모습과 그런 엄마를 사랑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미워하기도 하는 모습들이 우리들 일상의 모습과 별다를 게 없으니 말이다.
작품들의 시대적 배경은 오래전이라 지금과는 매우 다르지만, 인물들의 생각과 관계들은 지금 대입해도 그렇게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그만큼 작품이 잘 쓰였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미래에 어떻게 살 것이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잠깐 멈춰 서서 심호흡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잠시 편안하게 감정을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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