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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양사

로마인 이야기 1 - 시오노 나나미 - 한길사

by soulsight 2022. 8. 31.

 

로마 역사를 흥미 있게 풀어낸 것으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권에서는 로마의 성립부터 포에니 전쟁 전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로물루스가 기원전 753년 4월 21일에 세웠다는 로마는 조그만 도시국가에 불과했지만, 그 세력이 점점 강성해졌고, 인류 역사상 가장 긴 제국을 이루었다.

장대한 시리즈의 첫 권에서는 로마가 어떻게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는지를 탐구하면서 시작한다.

 

시오노 나나미가 말하는 로마의 최대 장점은 개방성이다.

로마는 적국이었던 에트루리아나 삼니움족에게 승리한 후 그들을 지배하지 않고 동등한 세력으로 편입한다.

이것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현상이었다.

대부분의 국가나 민족은 외부 세력에 대한 배타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배타성으로 인해 전쟁 이후에는 반드시 계급과 차별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로마는 달랐다.

로마는 에트루리아와 삼니움을 편입한 후에 그들에게도 동등한 시민권과 원로원의 의석을 보장했으며 심지어 지도자마저도 그들에게서 선출할 정도의 개방성을 보여준다.

 

현대에도 이 정도 수준의 개방성은 보기 어렵다.

어느 지역이든 외지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선입견을 가지고 있고, 외국인은 일단 경계의 대상이 된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아무 이유도 영문도 모른 채 정치권력의 충동에 세뇌되어 생긴 지역감정이라는 극악의 배타성이 있지 않은가.

학연, 지연, 혈연은 말해서 무엇할 것인가?

 

로마는 이후의 역사에도 이런 개방성이 유지된다.

특히 공화정이 아닌 오현제 시대에도 이런 개방성을 보여준다.

로마의 가장 평화로운 시대라는 이 시기에 오현제는 혈연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능력으로 이어졌다.

이 평화로운 시기를 끝낸 것이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준 아우렐리우스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 세계의 패권국을 자처하고 있는 미국도 다민족 국가이다.

물론 그들안에도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많은 분열이 존재하지만, 다양성이 순혈이라는 독선을 이기는 것은 역사적인 필연은 아닐까?

 

어기에 더해 나는 그들이 중시한 명예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

로마의 귀족들은 자신의 세력 안에 있는 평민들의 수호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다수의 평민들과도 대등한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군역은 그들이 공적인 권한을 갖기 위한 필수 과정이었다.

군대를 가지 않은 자는 어떠한 권력도 누릴 수 없었으며, 이는 권력에는 책임과 의무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처럼 부와 권력으로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는 것은 로마인에게는 불명예이자 치욕이었으리라.

 

명예를 안다는 것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알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검사나 판사를 한 후 변호사가 되어 전관예우 따위를 받는 행동이 명예를 아는 사람이라면 가능한 선택일까?

기재부나 금융감독원 관료가 은행권이나 투자회사로 스카우트되는 것이 가능한 선택일까?

 

일명 엘리트라는 그들의 명예롭지 않은 파렴치한 행동만 문제인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부정하게 얻은 이익을 능력이라는 이름으로 치장하여 정당화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명예가 사라졌기에 염치도 사라진 것이다.

아마도 로마인이 지금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마주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P.295

고대 로마인이 후세에 남긴 진정한 유산은 광대한 제국도 아니고, 2천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서 있는 유적도 아니며, 민족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른 상대를 포용하여 자신에게 동화시켜버린 그들의 개방성이 아닐까.

우리 현대인은 어떠한가.

그로부터 2천 년 세월이 지났는데도, 종교적으로는 관용을 베풀 줄 모르고, 통치에서는 능력보다 이념에 얽매이고, 다른 민족이나 다른 인종을 배척하는 일에 여전히 매달리고 있다.

'로마는 아득히 멀다'라고 말하는 것도 시간적으로 멀다는 뜻만은 아니다.

 

이 마지막 구절은 깊은 울림이 있다.

그 옛날 로마인보다 못한 수준의 도덕과 윤리관을 가지고 살면서 그들보다 진보된 문명이라고 우리는 떳떳이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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