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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동양사

춘추전국이야기 1 - 공원국 - 위즈덤하우스

by soulsight 2022. 4. 30.

 

사상이 꽃피운 시대 춘추전국

 

11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강태공으로부터 시작된 제나라의 환공을 춘추오패의 첫 주자로 만든 관중이라는 인물에 집중하며 춘추시대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있다.

 

역사는 흐름을 알아야 이해할 수가 있다. 그래서 책의 서두에서는 하나라로부터 시작했다고 하는 중국의 고대사부터 시작한다.

 

P.121

상나라의 경기지역을 초토화시켰지만 상나라와 동방 세력이 남겨놓은 유산들을 혼자 삼키기에 주의 소화력은 너무 작았다.

중원 전체를 소화할 수 있는 효소를 가진 덩치 큰 뱀은 아직 천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하상주로 이어지는 중국의 고대사에서 주나라는 실질적인 통일왕조를 이루기에는 많은 부분에서 부족했다.

이런 점은 주나라에서 춘추시대로 이어지는 큰 이유가 되었고 이후 진나라가 천하통일을 이룰 때까지 충분한 문명의 숙성이 필요했다.

바로 이 문명의 발전이라는 요소를 채우기 위해 춘추전국시대는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시대였는지도 모른다.

 

책에서 집중하고 있는 인물인 관중을 저자는 경제학자로 바라보며 묘사하고 있다.

관중은 춘추시대를 대표하는 영웅인 춘추오패의 첫 인물 제나라의 환공을 보좌하여 이끈 인물이다.

널리 알려진 관포지교의 주인공이기도 한 관중은 고고하고 때가 묻지 않은 친구 포숙에 비해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저자가 경제학자로서 본 관중은 현대의 경제정책 수준 혹은 그 이상을 추구했다는 인물이었다.

 

P.131

부족분을 채우는 방법은 덜 쓰든지 더 걷든지 두 가지밖에 없다.

어느 시대든지 국가의 지출은 관성이 있어서 위정자들은 대체로 더 걷는 방법을 택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위정자와 기득권들이 취하는 방법은 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사용의 용이성과 행동의 관성으로 인해 우리는 이런 선택을 많이 보아왔고 그것을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P.170

관중은 야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본다.

관중은 백성들이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정치의 핵심은 경제였다.

관중의 사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경제학의 입장에 서 있다.

그것도 오늘날의 협소한 경제학이 아니라 방대한 스케일의 정치경제학이다.

 

저자가 치켜세운 관중의 관점은 이렇다.

해안가에 위치해 가장 부유하다고 알려진 제나라 조차도 백성들은 굶주리고 착취당하기 일쑤였다.

관중이 경제를 가장 중요시한 것은 지금 시점에서 봐도 탁월한 견해라 볼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한 지금도 인구감소를 걱정하지만, 그 시절 인간의 노동력이 경제 생산성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때 인구는 무엇보다 중요한 국력의 요소였을 것이다.

 

P.231

'창고가 가득 차면 예절을 알게 되고, 입고 먹는 것이 족하면 영욕을 알게 된다.'

무슨 말인가?

경제 문제가 치국의 근본이라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다스릴 수 없다.

먹고사는 것이 문제일 때 다른 이야기를 들을 겨를이 없다.

위정자의 기본은 최소한 백성을 잘 먹고 잘살게 하는 것이다.

 

정말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시대 자본주의가 인류에게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준 이유가 바로 이점이지 않을까?

굶는 일이 일상적인 때는 생각할 수 조차 없었던 많은 문제들이 삶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민중의 깨달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관중은 이미 그때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개혁가들이 특히 우리나라의 진보세력이 이 점을 간과하는 한 그들이 역설하는 세상은 쉽게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관중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

 

P.246

관중이 보기에 군주의 역할은 인재를 쓰는 것밖에 없다.

인재를 정확히 쓰려면 업적과 능력에 상관없이 특정인을 편애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을 이유 없이 총애하면 백 사람이 멀어진다는 것이 관중의 생각이다.

 

P.246

관중은 광장을 선호했다.

밝은 광장에서 거론되고 처리되는 일에는 의심이 생기지 않는다.

 

투명성과 공평성의 추구라는 점은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이슈다.

관중은 이것이 중요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듯하다.

외지인이자 아웃사이더였던 관중은 누구보다도 이런 점은 깊이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관중의 시각과 행동이 춘추전국시대라는 치열한 경쟁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을 관중은 알고 있었을까?

 

P.372

관중은 욕망을 긍정한다.

특히 보통 사람의 욕망을 긍정한다.

"정치가 흥하는 것은 바로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따르는 데 달려 있다"(관자 목민)는 것이 관중의 생각이다.

"주면 좋아하고 뺏으면 분노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똑같다."(관자 국축)

 

욕이란 인간이 가진 가장 인간다운 특성 중 하나다.

자본주의가 수많은 폐단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제도중 가장 흥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인간의 욕에 가장 충실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물론 욕망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의 생각이 어디까지 확장될 지도 우리는 알 수 없다.

지금도 인간은 욕을 가진 채로 자신의 욕을 제어하려 노력하지 않는가?

이것이 우리가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런 관중의 이념은 지속되지 못했다.

춘추시대를 열며 관중은 개인의 능력과 신분차별의 무용함을 증명하기는 했지만, 결국 시대는 전국시대로 넘어가면서 약육강식과 힘의 논리가 지배되는 사회로 진행된다.

하지만, 결국 시대는 민중에게 순을 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긴 호흡에서 바라본 역사는 문명의 진보와 함께 맞물려 인간 개개인의 개별성과 다양성을 인정해가는 방향을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삶이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역사를 봐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자신의 시대만 기억할 수 있고 자신의 주변만 느낄 수 있다.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한 가지가 바로 역사를 아는 것이다.

물론, 재밌기도 하다.

 

다음 권에서는 본격적인 영웅시대의 시작이자, 비극적으로 최후를 맞은 환공 다음으로 패자가 되는 진나라의 문공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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