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인간의 사회는 예외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이 소설이 쓰인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고 개인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늘어감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예외를 인정하기 힘들어한다.
소설 속의 정신병동은 극도로 안정된 사회이다.
안정이란 이름하에 개인은 사라지고 오직 규칙과 복종만이 존재하는 사회이다.
소설 속 화자인 브롬든은 이 정신병원에서도 가장 오래된 환자이다.
그가 정신병원에 적응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란 벙어리이자 귀머거리가 되는 것이다.
들어도 못 들은 척 보아도 못 본척하며 그는 자신을 심연 속으로 가라앉힌 채 그런 방식으로 사회 안에서 존재를 지우고 살아가고 있었다.
P.111
우리가 토끼라서 여기에 있는 건 아니에요.
우리는 어디에 있든 토끼 신세를 면치 못할 거예요.
우리 모두 여기에 있는 건 우리가 토끼라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우리에게는 우리의 분수를 가르쳐 줄 수간호사 같은 힘센 늑대가 필요해요.
어느 날 새로 들어온 환자가 이 안정에 균열을 가져왔다.
맥머피가 규범에 대항하는 모습은 규범에 갇혀 살아가던 환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는 규범의 상징인 렛치드 수간호사에게 대항하며 환자들에게 자신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몸으로 실천하며 보여준다.
P.110
토끼는 자연 세계의 법칙이 정해 놓은 자기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늑대를 강한 자로 인정합니다.
그리고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교활해지고, 수세에 몰리면 겁을 먹고 도망을 칩니다.
그래서 늑대가 주위에 나타나면 구멍을 파서 거기에 숨지요.
토끼는 그런 식으로 버티며 목숨을 부지해 갑니다.
자기 분수를 아는 거지요.
그래서 늑대와 싸우려 대드는 일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그게 현명한 걸까요? 그럴까요?
맥머피를 굴복시키기위해 다양한 압력을 가했지만, 압제와 규범은 결국 그를 꺾지는 못했다.
그의 저항은 그를 육체적인 파멸로 이끌었지만, 그는 죽음으로서 갇힌 영혼들을 해방시켰고 그로 인해 사회를 변화시켰다.
소설 속의 정신병동은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 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정, 회사, 각종 단체는 관습이라는 틀에 얽매여 있고 이 관습은 질서를 유지해주지만 지나치게 되면 개인을 억압한다.
개인만이 편견을 갖는 것이 아니다.
사회도 편견을 가질 수 있고, 편견이 강한 사회일수록 그 안에서는 순종적인 개인을 원하게 된다.
P.502
나는 사회에서 수치스럽게 여기는 어떤 습관에 빠져 버리고 말았어.
그래서 병에 걸린 셈이지.
습관 자체가 원인이 되어 병에 걸린 것은 아니야.
거대하고 공포스러운 사회의 집게손가락이 나를 가리키고 수백만 명이 입을 모아 '부끄러운 줄 알아. 수치. 수치를 알라고.' 하고 외치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병에 걸린 거야.
사회는 조금이라도 별난 인간이 있으면 그런 식으로 취급해 버리거든.
하지만, 물은 흐르지 않으면 썩기 마련이다.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 하나하나 모여서 이루어지게 된다.
우리는 그 선택을 막아서는 안된다.
아마도 다름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인간은 그렇게 한 걸음씩 시야를 넓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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