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 감는 새 연대기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게 한 작품이라 한다.
작품 해설이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연보에는 이 작품을 하루키의 작품세계에 대한 가장 큰 전환점으로 설명한다.
물론 내게는 이런 전환점에 대한 설명은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지금 읽는 소설에 집중할 뿐이다.
태엽 감는 새라는 특이한 제목은 무엇인가 큰 메타포를 가지고 있을 거라 지레짐작하였지만, 글쎄라는 물음표만을 남긴 채 소설은 끝나고 말았다.
그나마 내가 얻을 수 있었던 의미는 책 속의 인물들이 인생의 어떤 시점에서 태엽 감는 새가 인도하는 데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랄까?
인생의 어떤 부분은 내 의지가 아닌 인생의 흐름에 이끌려 간다는 것이고 태엽 감는 새의 울음소리는 그 이끌림이 시작됨을 알려주는 징표로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오카다 도오루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다 현재는 백수이다.
오카다 도오루는 자기 주장도 특별히 내세우지 않으며 꿈도 계획도 없는 삶에 특별한 목적을 갖지 못한 인물이다.
이 인물이 어느날 묘한 여인에게 전화를 받으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갈등이 시작되는 지점은 오카다의 아내인 구미코가 어느 날 가출하면서부터이다.
오카다는 아내가 가출한 이유를 고민하고 아내로부터 자신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고 그로 인해 떠나는 것이며 다시는 자신을 찾지 말라는 편지를 받게 된다.
소설은 오카다가 영능력자인 가노 모르타와 그녀의 여동생인 가노 크레타에게 도움을 받아서 자신의 아내인 구미코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는 우물이고 도구는 야구방망이다.
우물은 영적 세계로 통하는 장소이고, 야구방망이는 자신을 지켜줌과 동시에 적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도구이다.
그리고, 소설 초반에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게 되는 고양이(나중에 오카다가 삼치라는 이름을 붙여준다)는 아마도 오카다와 구미코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일 것이다.
오카다의 운명의 이끌림은 구미코가 임신중절을 하게 되는 그 시점부터 시작되었다.
특이한 집안 내력을 가지고 있는 구미코가 그 속에서 탈출하고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오카다와 결혼을 했으나, 구미코는 아이를 낳는 것을 결국은 포기하고 만다.
태엽 감는 새는 아마도 그때부터 오카다의 주변에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우리 인생에도 분기점이란 게 존재한다.
누구나 가끔씩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하곤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선택이란 게 우리 스스로가 아닌 운명이 이끈 것이라면?
태엽 감는 새가 우는 소리를 듣게 되면 우리는 운명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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