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 켈러는 스스로 1/4의 한국인이라고 하는 미국에 사는 한국인 3세이다.
할머니의 이름을 본떠지었다는 태라는 이름만큼이나 이 책의 소재로 사용된 해님달님 이야기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접해온 친근한 전래동화이기도 하다.
2021년 뉴베리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릴리라는 주인공 소녀가 어느날 엄마, 언니와 함께 할머니의 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시작한다.
중간에 할머니가 뇌종양에 걸리게 되어 이사를 하게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릴리와 언니는 할머니에 대한 사랑과 연민으로 고통받지만, 할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한 단계 성장하는 내용으로 소설의 끝을 맞게 된다.
동화라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해주는 이 소설은 나이에 상관없이 다양한 연령층에게 어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주된 소재로 사용된 해님달님 이야기는 저자의 뛰어난 상상력과 결합하여 새롭게 해석된다.
해님달님은 오누이의 얘기지만 소설에서는 릴리와 릴리의 언니로 표현되기도 하고 인간의 여러 가지 모습을 의미하기도 한다.
릴리는 투명인간처럼 느낄 만큼 내성적인 성격인 것 같지만, 내면 속에 호랑이 같은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할머니는 일제시절과 한국전쟁 같은 상황에서 극한의 궁핍함을 피해 미국으로 떠났지만, 현재 사는 썬빌에서의 할머니의 모습은 화려하고 활발한 인기인의 모습이다.
릴리의 엄마는 말썽쟁이였던 어린 모습을 지나 아이들의 보호자로서 삶에 적응한 현실적인 모습으로 변한다.
우리는 겉으로 보여주는 모습과는 다른 다양한 모습을 가슴속에 지니고 있다.
소설 속에서는 호랑이의 말을 통해 그 다양한 모습을 우리가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세월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내가 속한 단체,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 의해 우리는 영향을 받고 영향을 주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그 모든 나의 모습이 합쳐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의 다양한 모습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좋은 모습이든 안 좋은 모습이든....
릴리는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애)의 모습을 자신이 가진 본래 모습으로 생각하며 주변과 벽을 쌓아왔다.
그렇지만,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호랑이와 거래를 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간다.
그렇게 릴리는 성장해가며 할머니의 진짜 모습을 이해하게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쌓았던 벽을 하나씩 허물게 된다.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 결국 세상과 자신을 단절시키는 벽을 허무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소설은 할머니의 죽음을 통해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할머니의 활발하고 빛나는 모습 뒤에는 말도 통하지 않는 먼 이국땅에서의 외로움, 숨겨야 했던 감정들, 잃어버린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같은 슬픈 감정들이 숨겨져 있었다.
이야기를 너무 숨겨놓으면 병이 된다는 소설 속의 말처럼 할머니의 이런 감정들은 병이 되었고, 그것이 밝고 빛나는 태양과 같은 겉모습에 숨겨진 이면의 달의 모습이었다.
할머니는 죽음에 이르렀을 때 손녀와 함께 그 모든 슬픈 이야기를 넘어서 해방되게 되고, 호랑이가 약속했던 할머니의 치유가 이뤄지게 된다.
"내가 우리 애자를 치유해 줄 거라고 약속했지만, 치유라는 게 꼭 질병이 치료된다는 뜻은 아니야. 이해하게 된다는 뜻일 때가 많지. 자기 이야기 전체를 받아들이면, 자기 심장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
우리가 진정 필요한 건 치유가 아니라 이해인 지도 모른다.
릴리가 자신을 할머니를 리키를 언니를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데 필요한 것은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호랑이는 거래를 통해 그것을 알려주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Book? Foo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러피언 드림 - 제러미 리프킨 - 민음사 (0) | 2021.10.31 |
---|---|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 장영란 - 사계절 (0) | 2021.10.24 |
컨스피러시 - 라이언 홀리데이 - 책세상 (0) | 2021.10.17 |
10 1/2장으로 쓴 세계역사 - 줄리언 반스 - 열린책들 (0) | 2021.10.11 |
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0) | 2021.10.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