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난 뒤의 느낌은 잔잔하지만 긴 여운이 남는 것과 같았다.
조근조근하지만 확실한 말투로 내가 볼 수 있는 공간을 새롭게 바꾸어주는 느낌이랄까?
작가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타이포그래픽 전문가이다.
글자의 생성, 변화, 역할, 정서 등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글자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우리 삶의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잔잔한 말투로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읽고 보고 쓰면서 늘 글자와 더불어 지내지만, 보통은 그저 스쳐 지나가거나 별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글자를 우리가 사용하기까지의 역사는 수많은 사건과 인물이 관계되어 있었고, 지금도 글자는 새로운 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느끼거나 보지 못하였을 뿐이었다.
저자의 말 중에 가장 마음에 와닿는 말은 이것이었다.
"숟가락의 생김새가 기억난다면 뭔가 불편했다는 뜻이니, 기억나지 않아야 기능을 잘한 것이다."
우리는 공기가 없으면 죽지만, 공기의 존재를 느끼며 살아가지 않는다.
우리는 물이 없으면 죽지만, 물에게 감사하며 살아가지 않는다.
세상은 돋보이는 사람보다는 묵묵한 사람들의 노력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장 편안한 것이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것이라는 아이러니라니.
이렇게 보이지 않는 존재를 만들기위해 타이포디자이너들은 무수한 시간을 작업에 임한다고 하니, 우리는 책 한 권 속에 들어간 그들의 피와 땀을 지식과 함께 흡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글자는 다양한 인간과 함께 살아온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피어난다.
유럽의 각국에서 아시아에서 미주대륙에서 각기 다른 모습과 아름다움으로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작가는 세계화를 받아들이지만, 지역성의 파괴를 경계하고 있다.
"너를 알고 나를 알고 너와 나의 다름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문화를 정확히 사랑하는 자존의 방식이다."
작가의 이말은 우리가 편함과 성장을 이유로 표준화와 세계화를 추구하는 것에 대한 작가의 경계심이 담긴 말일 것이다.
늘 스쳐지나갔지만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글자가 가진 여러 의미 들을 이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것이 글자 뿐이겠는가?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지만, 우리는 늘 그것을 잊고 산다.
작가의 말처럼 편한 것은 우리가 기억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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