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동네4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 문학동네 제주 4.3 사태를 소재로 쓴 이 소설은 우리의 아픈 기억이다. 작가는 우리가 과연 그 아픈 기억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그 시절을 아는 사람들은 이제 세상에 거의 남지 않았다. 이제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통해, 책을 통해 혹은 미디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만 들을 수 있을 뿐이다. 그마저도 찾아서 듣지 않는 많은 사람들은 그런 일의 존재조차 모른 채로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도 원래 그렇게 살아왔었던 것처럼 말이다. P.23 학살과 고문에 대해 쓰기로 마음먹었으면서, 언젠가 고통을 뿌리칠 수 있을 거라고, 모든 흔적들을 손쉽게 여읠 수 있을 거라고, 어떻게 나는 그토록 순진하게-뻔뻔스럽게-바라고 있었던 것일까? 소설의 주인공은 아마도 작가 스스로를 대변하는 인물일.. 2022. 7. 29.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문학동네 이성과 감성, 이상과 현실 그 사이에 존재하는 벽 베르테르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 사랑한 여인 로체, 눈부시게 아름답고 완벽한 감정의 교류가 가능했던 그녀는 불행하게도 이미 약혼자가 있었다. 그녀를 향한 베르테르의 마음은 깊어져만 갔지만, 현실의 장벽을 그는 넘어설 수 없었다. 이성의 지배를 벗어나 자유를 얻기 위해 베르테르가 택한 길은 죽음이었다. 오직 죽음을 통해서만 그는 로체를 가슴속에 품을 수 있었고, 자신의 사랑을 완성할 수 있었다. 관습, 선입견, 제도, 편견 우리는 다양한 굴레 속에서 살아간다. 노자는 분별을 함으로써 욕이 생겨난다고 하였다. 구분 지음은 우리를 이쪽 혹은 저쪽으로 나뉘게 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욕구를 만들어낸다. 이 구분지음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목숨을 담보로 한 도전이 필요할.. 2021. 11. 20.
칼의 노래 - 김훈 - 문학동네 죽음은 늘 그의 곁에 있었다. 정유재란이 일어나고 이순신은 감옥에서 풀려났다. 이 소설은 거기에서 얘기가 시작된다. 거대한 적을 앞에 두었지만, 그 누구도 의지할 수 없었고 누구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 홀로 외로이 자신의 가슴속에서 울리는 칼의 노래를 숨기며 그는 자신의 죽음을 찾아 뚜벅뚜벅 한 걸음씩 걸어 나갔다. 작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 이순신의 모습이 아닌 깊이를 알 수 없는 고통과 두려움을 어깨에 짊어진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임진년과 정유년의 왜란 동안 그는 늘 두려웠고 늘 힘겨웠다. 전투는 익숙해짐이 존재하지 않았고, 배고픔은 시계처럼 반복되었다. 그가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죽음뿐이라는 것을 그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 소설은 이순신이 자신의 죽.. 2021. 11. 5.
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벽돌이 한 장 한 장이 쌓여 성을 이루듯 기억은 하나하나 쌓여 나를 만든다. 되돌아보지 않아도 어느 날 우연히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다. 그 기억은 중요하지도 않고, 인생을 사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잊어버린 채 살아왔지만, 갑자기 나타나 옅은 향기를 남기고 다시 사라진다.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저 옛일이라고 웃어넘길 수 있는 그런 기억들....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처럼 궁금하지만, 굳이 해답을 알고 싶지는 않은 묻힌 기억들.... 길을 걷다 우연히 들리는 음악소리와 함께 나타나기도 하고, 오랫동안 묵혀둔 잠동사니속에서 발견되기도 하는 조그만 조각들 오랜 동창들과의 술자리에서 넌지시 듣게 되는 소문들 길을 걷다 어렴풋이 비슷한 모습에 혹시나 하면서 지켜보게되는 순간들 인생에서 무겁지.. 2021.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