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하는 국가는 무엇인가?
이 책에서 다루는 주된 주제는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가 더 있다.
우리가 원하는 국가를 갖기 위해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 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국가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를 설명하면서 국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국가론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화해왔고, 우리가 원하는 국가의 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인류가 경험해온 국가의 모습에 대한 이해가 선제되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는 지배의 도구로, 공공재의 공급처로서 혹은 악의 근원으로 다양하게 해석되었지만, 어쨌든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다.
유발 하라리는 국가를 실체가 없는 상상의 산물로 표현하였지만, 우리는 그 상상의 산물의 지배를 받기도 하고 우리의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어쨌든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부분의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하나의 국가에 속하게 되고 평생을 국가의 모습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책에서 눈에 띄는 주제 중 애국심, 보수와 진보, 그리고 베른슈타인이라는 인물의 정치가 내게는 가장 눈에 들어왔다.
애국심이란 무엇인가?
애국심은 국가에 대한 사랑으로 보통 좋은 것으로 표현되지만, 사실 그 안에는 피아의 구별이 들어가 있고 경쟁과 배척이 들어가 있다.
애국심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애국심을 호소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적이라는 존재다.
한국 전쟁이후 남북한은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기 위해 애국심에 호소하였고, 국가 간에 분쟁이 일어나면 반드시 애국심에 호소하게 된다.
저자는 전 인류가 하나로 뭉치기 위해서는 지구 밖 외계인이라는 적이 필요하다라는 논리를 제시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것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진보와 보수란?
선거철이나 각종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우리나라에서도 진보와 보수를 자처하는 자들은 서로 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간의 보수적인 성향은 보편적이고 일반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도 이에 동의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
변화에는 위험이 따르며 대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인간은 진화하고 생물도 진화하며 모든 것은 변하기 나름이다.
진보는 언제나 노력이라는 대가를 요구하지만, 변화된 이후에 얻을 수 있는 과실을 꿈꾸는 것 역시 인간의 본성 중에 하나가 아니던가.
그래서 완벽한 보수주의자도 완벽한 진보주의자도 없으며 누구든 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진보와 보수라는 잣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존재일 뿐이다.
안정적이고 더 나은 삶은 원하다면 당신도 나도도 보수적이면서 진보적인 사람이다.
베른슈타인의 정치
베른슈타인을 얘기하기 전에 저자는 신념윤리와 책임윤리에 대해 설명한다.
신념윤리는 목적지향적이고 동기에 기반을 두지만, 책임윤리는 문제의 해결과 결과에 더 초점을 맞춘다.
신념윤리만을 가진 정치가는 자칫 독선으로 기울기 쉬우며,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주의에서 정치가는 책임윤리를 가져야하며 문제의 해결과 타협, 결과를 중시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식인과 정치인의 결정적인 차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베른슈타인은 마르크스를 추종한 사회주의자로서 지식인으로 출발하여 정치가가 되었다.
그는 마르크스의 사회주의가 가지는 한계를 명백히 인지하였고, 수정주의자라는 거센 비난을 감수하며 사회주의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념과 현실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가 행한 것은 타협이었다.
저자가 베른슈타인의 예를 들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민주주의가 가져야 하는 연합정치의 필요성이다.
우리가 이상적인 국가로 한번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의견과 대립이 존재하며 이권과 입장의 차이로 인해 우리가 가는 걸음은 거북이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른 입장 다른 세력과 타협해야 한다.
진보의 힘은 '순수'보다는 '섞임'에서 나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순수는 빠르지만 독선으로 흐르기 쉽다.
섞임은 느리지만 강한 포용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국가란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우리가 생각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국가를 가질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것은 단순히 국가가 무엇이냐를 논하는 것이 주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이 원하는 국가의 모습이 있고 그 모습은 모두가 조금씩은 다를 것이다.
조금씩 다른 국가의 모습이 모두 합쳐졌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국가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모습을 찾는 과정은 누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다.
위대하거나 능력있는 지도자가 등장해서 자신을 데리고 갈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그것이야 말로 독재나 전제주의를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니 말이다.
국가의 모습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가장 중요한 의도는 이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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